삼성생명이 상장 첫 날 4%를 넘는 급락으로 마감한 가운데 불공평한 공모주 배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보호예수에 묶인 기관이 팔지 못하는 사이, 외국인만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이 거세다.

12일 삼성생명은 공모가인 11만원보다 높은 11만95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된 뒤, 장중 낙폭을 확대하며 결국 4.60% 떨어진 11만4000원에 마감했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 속에 순매도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이 삼성생명에서도 대량으로 매물을 쏟아낸 것이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생명 주식을 389만주(4540억원 규모)나 순매도했다. 전체 코스피 시장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405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관은 98만주(1148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떠안았다.

기관 투자자들은 "팔고 싶어도 보호예수 때문에 주가가 빠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불만을 토했다.

삼성생명의 상장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기관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주관사는 수요예측 당시 기관투자자에게 보호예수 조건을 요구했다.

15일과 30일 보호예수 두가지 옵션을 두고 보유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기관일수록 물량을 많이 배정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이 같은 보호예수 조건 없이 물량을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 상장 첫날 기관의 손발이 묶여 있는 가운데, 외국인만이 매도 공세를 펼치며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보호예수가 공식적인 계약조건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삼성생명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기관만 바보가 된 것이 아니냐"며 "외국인이 계속 매도세를 유지한다면 고민"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생명 청약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 투자자들은 삼성생명 주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운용, 우리자산운용 등 7개사는 삼성생명 기업공개(IPO) 인수단의 계열사라는 이유로 3개월 동안 삼성생명 주식을 매매할 수 없다.

이들 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생명 시가총액이 워낙 큰 만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편입 비중 여부는 신중히 지켜볼 것"이라면서 "순이익이 KB금융이나 신한지주의 반도 안되는 삼성생명이 금융업종 시총 1위라는 것은 과도한 고평가"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도 "현재 11~12만원대 주가 수준은 과열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며 "기관 물량이 있기 때문에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주가 추이를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