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융합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이날 1면 기사에서 "조선(북한)의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했다"며 "과학자들은 수많은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100% 자체 힘으로 해결함으로써 마침내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원천이 무진장하고 환경 피해가 거의 없는 안전한 새 에네르기(에너지)를 얻기 위한 핵융합 기술은 오늘 세계 과학계의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핵융합에 성공함으로써 새 에네르기 개발을 위한 돌파구가 확고하게 열렸다"고 자평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방식의 핵무기보다 훨씬 강력한 수소폭탄 제조의 원천기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위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핵 기술을 앞세워 한 · 미 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와 국내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에 즉각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상당한 고가의 시설이 필요한데 이런 시설이 북한에 있다고 보고됐거나 감지된 게 없다"며 "비밀리에 이런 시설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핵융합 발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의 이터(핵융합실험로)라는 국제기구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최고의 기술국가들이 모여 추진 중인 사안"이라며 "실험에 필요한 시설 건설에만 51억유로(약 7조3000여억원)가 소요되고 실험 성공 자체도 50년 후에나 가능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핵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매우 높은 고온고압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북한이 지금까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방식의 핵폭탄이 터질 때 만들어진 고온고압에 의해 수소 원자를 융합하는 방식만 성공했고,핵폭발의 고온고압에 견디기 어려운 실험실에서 핵융합 반응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