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호조를 보이던 회사채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시중자금이 고금리 회사채로 몰리면서 한때 '발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금리 하락으로 매력이 떨어져 투자 수요가 점차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발행이 많았던 A급 이상 우량 회사채는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가장 좋은 3년 만기 AAA급 초우량 회사채의 유통금리는 지난달 말 연 4.08%에서 이날 연 4.40%로 0.3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고 3년물 금리는 연 3.61%에서 연 3.77%로 0.1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회사채 유통금리가 국고채 금리보다 더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 값의 하락폭이 컸다는 의미다.

이하정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우량채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강세(금리 하락)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선 오히려 우량채 가격의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신용 스프레드가 BBB급 이하는 이달에도 꾸준히 좁혀지는 반면 A+급 이상 회사채는 지난달 말부터 확대되는 추세다.

김종우 대우증권 캐피탈마켓부장은 "비우량 회사채는 아직 매력적인 조건으로 발행되는 경우가 있지만 우량 회사채들은 절대 금리가 워낙 낮아져 더 이상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영업부 관계자도 "펀드 내 채권 편입 비중이 목까지 찬 상태여서 국민연금이 위탁운용하는 회사채펀드 등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요처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주관 증권사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물량을 떠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선희 동양종금증권 이사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기업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100억원씩 소량으로 회사채를 인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