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이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과다 · 중복 계산했다고 지적했는데도 300억원 가까운 돈을 고스란히 다 내라고 합니다. "(대형 A증권 B사장)

B사장은 12일 기자와 만나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본시장법 제정으로 지난해 7월부터 고객들이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증권계좌와 은행계좌 간 자유롭게 자금이체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결제망을 운영하고 있는 금융결제원이 일방적으로 비싼 이용료를 매겼다는 주장이다.

A증권처럼 지급결제서비스를 하고 있는 증권사는 삼성 현대 대우 등 25곳에 이른다. 금융결제원은 이들 증권사에 특별참가금(특별회원으로 가입해 결제망을 이용하는 대가) 총 4010억원을 5~7년 분납 조건으로 청구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한국은행 감사 결과를 통해 '금융결제원이 증권사 특별참가금을 계산하면서 경비와 기술료를 중복 계산하고 연관 없는 비용을 포함시켰다'며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금융결제원이 참가금을 깎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금융결제원은 금액 조정을 하지 않고 이달 초 증권사에 2년차 분납금 청구서를 보냈다. 급기야 금융투자협회와 25개 증권사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법무대리인 계약을 맺고 조만간 법적 대응을 강구키로 했다.

당사자인 금융결제원은 증권사 특별참가금을 반환하거나 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특별참가금 산정기준은 1992년 이래 농수축협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3대 서민금융회사와 외국계은행,증권사에 똑같이 적용했다"며 "감사원 지적은 산정기준의 해석과 적용 방법상의 견해 차이가 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4010억원에 달하는 특별참가금 논란은 법정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로 인해 고객에 대한 지급결제서비스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표정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점적인 기관이면서 감사원의 지적을 '단순한 견해차이'로 치부하는 금융결제원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상위기관인 한국은행의 관리감독과 중재가 필요한 이유다.

최명수 증권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