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 시범지구 가운데 하나인 왕십리뉴타운에서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다. 내달 중 왕십리2구역을 스타트로 이르면 8월께 왕십리1구역에 이어 연말에는 왕십리3구역에서 분양이 계획돼 있다.

왕십리뉴타운은 2002년 10월 은평 · 길음뉴타운과 함께 시범지구로 지정됐지만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길음뉴타운과 은평뉴타운은 이미 사업이 끝나 입주를 마쳤는데,왕십리뉴타운은 지구 지정 8년 만에야 분양에 들어갈 정도다.

그렇다고 후분양도 아니다. 아파트 착공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분양이다. 구역 자체가 방대해서 사업추진에 따른 절차를 합의해가는 데 어려움이 많아 뉴타운시범지구 가운데 사업속도가 가장 늦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사업이 지연됐지만 왕십리뉴타운에 대한 주택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서울 도심에서 가깝고 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지구 내에 상업시설이나 학교를 짓는 등 체계적인 개발도 주변 재개발지역과 비교해 우위 요소로 꼽힌다. 분양이 다가오자 관련 건설회사의 분양 홈페이지에는 벌써 수천여명이 관심고객으로 등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59년 왕십리'는 잊어도 좋다

왕십리뉴타운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준점은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이다. 이 역의 2번 출구에서 북쪽인 청계천을 향해 600m쯤 이어지는 거리가 왕십리뉴타운의 동쪽 경계선이다. 지하철 2호선 위의 도로인 왕십리길이 지구 남쪽이고,반대쪽은 청계천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단지 북쪽으로 청계천과 마주하는 거리는 600m가 조금 넘기 때문에 왕십리뉴타운은 거의 정사각형에 가깝다. 총면적은 33만7000여㎡다. 이곳에 아파트 4700채와 주상복합 300채가 들어선다. 과거 단독주택과 공구상가 밀집지역이 아파트촌으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왕십리뉴타운은 3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왕십리3구역이 가장 크다. 왕십리길을 따라 전체면적의 절반 정도 차지한다. 청계천과 붙어있는 1,2구역 중에서는 지구 동쪽의 1구역이 조금 더 크다.

아파트 공사는 GS건설 대우건설 삼성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들이 맡는다. 저마다 브랜드 인지도 높은 아파트를 짓는 회사들이지만 공동시공을 하기 때문에 잠실주공아파트 재건축의 경우처럼 제3의 단지 이름을 갖게 될 전망이다.

◆6월 분양 예정인 왕십리2구역

왕십리2구역에선 1148채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조합원분 427채와 임대 211채를 제외한 510채가 일반 분양된다. 일반분양 물량의 전용면적 기준 세대수는 △55㎡ 27채 △59㎡ 121채 △84㎡ 273채 △125㎡ 12채 △127㎡ 57채 △157㎡ 20채 등이다.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84㎡ 이하가 일반분양 물량의 82.5%를 차지한다.

임대분을 제외한 총세대 수 대비 일반분양분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재개발아파트이면서도 로열층 당첨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 7층 높이로 들어서는 206 · 207동의 84㎡형은 100% 일반분양된다. 25층 높이의 125㎡형도 13층까지 일반분양 물량으로 배정됐다. 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소형은 3.3㎡당 1900만원대,중대형은 2000만원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시공사 측은 설명한다.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에서 공급됐던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건설 대림산업이 공동으로 아파트를 짓는다. 주간사인 GS건설은 지하철 강남역과 교대역 사이의 중간쯤인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옆에 모델하우스를 준비 중이다.

◆1,3구역도 연내 공급 분양 예정

당초 3월쯤 분양 예정이었던 왕십리1구역은 지난 1월 법원의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에 이어 개장을 앞둔 모델하우스가 화재에 휩싸이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우선 서울행정법원은 왕십리1구역의 조합설립과 사업시행인가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모두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상태다. 법원은 "설계 개요와 사업비를 빈칸으로 둔 채 조합설립 동의서를 걷은 뒤 나중에 조합이 공란을 채웠고 의결과정에서 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소송을 낸 조합원 3명의 손을 들어줬다.

시공회사 측 관계자는 "대법원의 확정판결 이전에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르면 8월쯤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델하우스는 새로 짓는다.

왕십리3구역은 설계변경 절차 때문에 분양이 미뤄지고 있다. 상가면적을 당초 7만7500㎡에서 5만1400㎡로 줄이고 지구 내에서 이전 예정이었던 동인병원을 그대로 두기로 결의하면서 설계변경 요소가 생겼다. 상가면적이 줄어드는 부분에 업무용 빌딩을 새로 포함하고 주상복합아파트의 평형 조정도 이뤄졌다. 226㎡ · 234㎡형을 없애고 200㎡형 미만으로 주상복합 아파트의 크기를 줄일 방침이다. 주상복합아파트 크기 조정으로 건립 세대수가 당초보다 26채 늘어 모두 2127채로 변경됐다. 조합은 설계변경에 따른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는 10월께 관리처분 변경을 위한 총회를 거쳐 12월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왕십리3구역 아파트 시공 주간사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하철 상왕십리역을 끼고 있는 초역세권 단지인 데다 주변에 생활 편의시설도 많아 분양대기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