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아시아와 유럽, 중동이 모두 만나는 문명의 교차로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사람들의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혼재한다.

국민의 98%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지만 과거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삼았던 동로마제국(비잔티움 제국)의 땅이었기에 초기 교회 등 기독교 관련 유적도 매우 많다. 터키 서남부에 있는 에페수스는 바로 그런 여러 특징을 골고루 갖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이오니아인들이 세운 고대 도시

히타이트 시대 비문의 '아파사스'로 기록돼 있는 에페수스는 성경에서는 에베소로 알려진 곳이다. 기원전 10세기께 그리스에서 건너온 이오니아인들이 터를 잡았다. 에페수스는 이후 리디아 왕국 · 페르시아에 이어 기원전 3세기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마케도니아, 기원전 2세기부터는 로마 수중에 들어가면서 로마제국의 소아시아 통치권 내의 주요 도시로 크게 번성한 곳이다.

지금 남아 있는 유적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부하였던 리시마쿠스 장군 때의 것과 이후 로마시대에 지어진 것들이 섞여 있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파르테논 신전 4배 규모의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신전터만 남아 있다.

에페수스에 들어서면 곳곳에 즐비한 코린트식과 이오니아식 돌기둥들이 흡사 그리스 고대 유적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만든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하드리아누스 신전 입구다. 로마 5현제 중 하나로 추앙 받던 하드리아누스 황제에게 바쳐진 신전으로 138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아치형 처마에 부조된 운명의 여신 티케와 그 안쪽 문 위 메두사 조각의 정교함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인근에 있는 수세식 화장실과 대규모 목욕탕은 이곳이 얼마나 번영한 도시였는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대리석이 깔린 길 양편으로 돌기둥들이 가로수처럼 도열해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셀수스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터키 소개 관광책자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 건물은 에페수스 유적의 백미로 꼽힌다. 110년에 짓기 시작해 135년 완공된 이 건물은 이 지역 통치자였던 율리우스 셀수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이 지었다. 아래 위 8개씩 16개의 기둥이 배치된 정면 모습이 장중하며 벽에는 지혜 사색 학문 미덕을 상징하는 4개의 여신상이 지키고 있다. 장서는 1만2000여권으로 로마제국 내 최대 도서관으로 손꼽혔다고 한다.

◆성모 마리아가 최후를 보낸 곳

에페수스는 기독교인들의 성지순례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초대 7대 교회 중 가장 먼저 세워진 에베소 교회가 바로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2,3 차 전도 여행 때 에페수스에 들렀는데 2차 전도 여행 때 여기서 3년을 머물면서 선교를 목적으로 교회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에베소 교회는 어느 한 교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당시 에페수스 지역에 있던 모든 교회를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해석도 있다.

64년 바울이 죽은 뒤에는 사도 요한이 이 곳에서 선교를 하며 복음 전파에 힘썼으나 갈수록 초대교회의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기록이 요한계시록 '에베소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나와있기도 하다. 사도 요한은 또 예수님의 부탁에 따라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이곳에 와서 말년을 보냈다.

실제 유적지 후문쪽 뒤에 산이 하나 있는데 산 정상에는 성모 마리아의 집이 있다. 요한이 마리아를 모시고 살았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1961년 교황 요한 23세가 방문해 이 곳을 성지로 선포했다. 현재 집안에는 성모 마리아상과 촛대가 놓여 있다.

에페수스(터키) =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여행TIP

대한항공 터키항공이 월·수·금·일요일 등 일주일에 4일,하루 2차례 이스탄불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이스탄불에서 터키 제3의 도시인 이즈미르까지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1시간가량) 이동한 뒤 이즈미르에서 버스로 1시간가량 가면 에페수스에 도착할 수 있다. 에페수스에는 숙소가 없어서 인근 도시인 셀추크나 쿠사다시에 많이 묵는다. 에페수스에서 쿠사다시까지는 차로 이동해야 하지만 셀추크까지는 미니 버스를 타고 가도 되고, 시간이 있으면 걸어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문의:인월드여행사(02)735-5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