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위험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주식 보유 비중을 늘려야 하는 시기입니다. 글로벌 환경을 지나치게 의식해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47)은 개인투자자들이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위험자산인 주식투자 비중을 높일 때라고 강조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등 글로벌 악재가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가져와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국내 기업들을 믿고 주식 보유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개인들이 리스크를 너무 회피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국내 기업이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아직까지 저평가돼 있는 국내 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맡고 있는 펀드들은 지난해 운용 규모 1조원 이상의 중대형 자산운용사 중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3년간 누적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7개가 '한국투자네비게이터' 등 한국투신 펀드다. 덕분에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계속된 국내 주식형 펀드의 대량 환매 속에서도 한국투신에는 719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김 본부장이 주식보유 비중을 높일 것을 조언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영환경이 국내 기업들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철강,조선 등 원자재가 많이 들어가는 '투자' 중심의 사업이 각광을 받았다면 위기 이후에는 자동차,IT(정보기술) 기업들이 기세를 올리는 '소비' 위주의 환경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철강,조선 등이 좋은 실적을 냈지만 국내 기업들이 얻은 이익의 상당 부분이 원자재 수출국가로 흘러가 이들 업종에 투자를 계속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원자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IT,자동차 등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가면서 트렌드 자체가 국내 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던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부담이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이 7500억유로라는 거대한 재정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이것 역시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언제든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

기금을 조성할 때까지 각국 의회의 승인 과정에서 시시때때로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도 불안요인 중 하나로 진단했다. 그는 "얼마간은 이 문제가 수면 아래로 들어가 잠잠해질 수 있어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먼 문제라 증시의 발목을 수시로 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국가들이 재정긴축안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 여부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유럽발 악재로 당분간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 기조가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이 문제가 '악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단선적으로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는 문제"라며 "불안요소가 계속 존재하는 한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져 경쟁력 있는 기업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주식보유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해외 기업의 주식도 좋지만 국내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이 수익을 국내 투자자들도 향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개인들이 벌어들인 돈을 저축하면 기업들이 이를 빌리고 성과를 내 이자를 갚는 형태로 기업들의 수익이 국내로 환류됐지만 예금이자 수준이 3%로 떨어진 요즘에는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

국내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어 글로벌한 분산투자를 얻을 수 있는 것도 국내기업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는 "세계 각국에 분산투자를 알아서 하는 것도 좋지만 정보가 많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미 글로벌 기업이 돼 있는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해도 글로벌 분산투자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업종으로는 아시아 신흥국들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맞춰 IT,자동차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각광받고 있는 테마라도 진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김 본부장은 "인터넷 붐이 일어났을 때 수많은 기업들이 유망하다고 추천받았지만 결국 살아 남은 것은 NHN을 포함한 몇몇 회사밖에 없었다"며 "향후 크게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테마라도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옥석을 가려서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