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한국 길목에서] 국민 재무지식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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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견실해야 나라경제도 튼튼
학교 교육에 재무과정 도입하길
학교 교육에 재무과정 도입하길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의류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인 필자의 친구는 2008년 당시 떠들썩했던 키코(KIKO) 피해자 중 한 사람이 됐다. 환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설명이 그럴듯해 KIKO 상품에 가입했지만 결국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이다.
엔화의 고공 행진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났지만 KIKO로 인한 손실을 벌충하고 나니 오히려 적자였다.
사업하는 사람답게 통이 커 애써 웃는 얼굴을 보이는 그 친구에게 필자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좋은 공부였다고 생각해라"라거나 "그나마 너는 다행이다"는 입에 발린 위로를 건네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중소기업 경영인들이 이 친구와 같은 뼈아픈 경험을 했을 것이고,또 무작정 상품을 파는 데만 혈안이 돼 있던 은행을 무척이나 원망했을 것이다.
중소기업뿐인가. 사회 구조의 근간이 되는 가계 재정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코스피지수가 1800~1900을 오르내릴 때 펀드 투자로 조금 재미를 본 김에 대출까지 받아 '올인'한 펀드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2009년 6월 말 기준 우리 가계의 금융 부채는 자산 대비 45%에 달한다. 우리가 빚으로 소비를 늘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미국이 30%,일본이 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금융 부채의 무서움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신용 주의' 혹은 '신용 위험' 등급에 놓인 이가 무려 8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발단이 무엇이었나. 저신용 ·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부채 확산 정책과 금융 상품의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 아니었나.
최근 선진국들은 국가적으로 금융 교육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시민의 재무적 소양지식 결핍이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야기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재무교육 과목을 도입하고 대학에도 재무이해력 과정을 추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시민의 재무 안정성 확보 여부가 미국의 지속 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2010년 4월을 '미국 재무이해력의 달'로 선언하고 시민 각자가 재무지식을 키우고 아이들에게 그 지식을 전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 재무지식 증강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년 전,영어가 글로벌 사회에서 활약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소양으로 꼽히며 영어 교육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처럼 선진 한국으로 가기 위한 준비로 국민 재무지식 증강을 생각할 때가 왔다.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학구열도 높다. 온갖 유형의 재테크 방법을 선전하는 책들이 서점에 가득하고,어린 자녀의 손을 이끌고 은행에 가서 펀드에 가입하는 부모도 많다. 단지 재무지식에 대한 체계적이고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고,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해 줄 수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미국 영국 등과 같이 학교 교육에 금융 교육 과정을 편성시킬 수도 있고,테샛(TESAT) 같은 권위 있는 경제시험을 통하면 취직이나 입시에 도움이 되도록 장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 교육의 형식으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교육 대상과 취지에 알맞은 모양의 교육 방안이 구상돼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가 국가 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견인했던 대기업들의 체질 개선 기회였다면,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각 개인과 중소기업의 재무 역량을 튼튼히 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사회구조의 근간이 되는 가계의 재정이 튼튼해야 국가 경제도 견고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계살림이 어려워지고 소비가 급감하면 나라 경제도 큰 병이 날 수밖에 없다. 선진 한국의 보다 견고한 미래 경제상,그 열쇠는 국민의 재무지식 증강에 있다.
윤재봉 <삼일회계법인 대표>
엔화의 고공 행진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났지만 KIKO로 인한 손실을 벌충하고 나니 오히려 적자였다.
사업하는 사람답게 통이 커 애써 웃는 얼굴을 보이는 그 친구에게 필자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좋은 공부였다고 생각해라"라거나 "그나마 너는 다행이다"는 입에 발린 위로를 건네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중소기업 경영인들이 이 친구와 같은 뼈아픈 경험을 했을 것이고,또 무작정 상품을 파는 데만 혈안이 돼 있던 은행을 무척이나 원망했을 것이다.
중소기업뿐인가. 사회 구조의 근간이 되는 가계 재정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코스피지수가 1800~1900을 오르내릴 때 펀드 투자로 조금 재미를 본 김에 대출까지 받아 '올인'한 펀드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2009년 6월 말 기준 우리 가계의 금융 부채는 자산 대비 45%에 달한다. 우리가 빚으로 소비를 늘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미국이 30%,일본이 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금융 부채의 무서움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신용 주의' 혹은 '신용 위험' 등급에 놓인 이가 무려 8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발단이 무엇이었나. 저신용 ·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부채 확산 정책과 금융 상품의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 아니었나.
최근 선진국들은 국가적으로 금융 교육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시민의 재무적 소양지식 결핍이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야기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재무교육 과목을 도입하고 대학에도 재무이해력 과정을 추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시민의 재무 안정성 확보 여부가 미국의 지속 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2010년 4월을 '미국 재무이해력의 달'로 선언하고 시민 각자가 재무지식을 키우고 아이들에게 그 지식을 전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 재무지식 증강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년 전,영어가 글로벌 사회에서 활약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소양으로 꼽히며 영어 교육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처럼 선진 한국으로 가기 위한 준비로 국민 재무지식 증강을 생각할 때가 왔다.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학구열도 높다. 온갖 유형의 재테크 방법을 선전하는 책들이 서점에 가득하고,어린 자녀의 손을 이끌고 은행에 가서 펀드에 가입하는 부모도 많다. 단지 재무지식에 대한 체계적이고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고,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해 줄 수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미국 영국 등과 같이 학교 교육에 금융 교육 과정을 편성시킬 수도 있고,테샛(TESAT) 같은 권위 있는 경제시험을 통하면 취직이나 입시에 도움이 되도록 장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 교육의 형식으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교육 대상과 취지에 알맞은 모양의 교육 방안이 구상돼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가 국가 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견인했던 대기업들의 체질 개선 기회였다면,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각 개인과 중소기업의 재무 역량을 튼튼히 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사회구조의 근간이 되는 가계의 재정이 튼튼해야 국가 경제도 견고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계살림이 어려워지고 소비가 급감하면 나라 경제도 큰 병이 날 수밖에 없다. 선진 한국의 보다 견고한 미래 경제상,그 열쇠는 국민의 재무지식 증강에 있다.
윤재봉 <삼일회계법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