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2조원인 삼성생명이 지난 12일 공모가보다 높게 증시에 입성했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다음으로 4위권이다. 지난 3~4일 진행된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는 20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갈 곳을 찾지 못한 대규모 단기 부동자금이 원천이다. 이는 돈이 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현금통화와 수시입출식 예금,6개월 미만 정기예금,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6개월 미만 단기부동자금 규모는 600조원에 달한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0월께 단기부동자금 규모가 500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6개월 사이에 20% 증가한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확정수익에 대한 열망이 생겼고 그것이 공모주 청약에 대규모 자금쏠림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속적으로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 고수익에 대한 열망과 안전 심리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금리가 낮고 불안할 때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 이후 시장의 불안심리가 사라지고 나면 고수익에 대한 열망으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밀려 왔었다. 현재는 남유럽 사태,중국의 금리 인상 우려,미국의 금융규제 강화 등 불안심리로 인해 시중의 자금이 단기 부동화되고 있으나, 위험이 줄어들게 되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밀려올 것이다.

삼성생명 상장으로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업종 및 종목 간 자금배분 변경)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를 추종하는 액티브펀드와 삼성그룹의 우량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삼는 삼성그룹주 펀드의 경우에도 삼성생명 상장이 이슈다. 삼성생명 상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보험주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금번 삼성생명 상장을 계기로 보험업 내 저평가된 기업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선구안을 발휘할 시점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sj.oh@youfir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