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업 생존 키워드] 제품 잘 만든다고 성공 보장못해…상품대신 '체험'을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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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질서 초고속으로 변화…조금만 머뭇대면 바로 낙오
산업질서 초고속으로 변화…조금만 머뭇대면 바로 낙오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 23개월의 공백을 깨고 지난 3월24일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일성은 비장했다. 위기론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것이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이긴 하지만,지나치다 싶을 만큼 어조가 강했다. 게다가 지난 1분기 그룹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올린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6배가 넘는 4조410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아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애플 · 도요타 충격이 몰고 온 고민
수뇌부의 위기의식과 실적호조가 엇갈리는 것은 삼성그룹만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실적 개선흐름과 관계없이 '위기'라는 말을 자주 꺼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이 휠씬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애플이 IT업계를 석권하고 세계 최강의 제조업체로 군림했던 도요타가 추락하는 등 산업질서가 급격히 재편되는 흐름에서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현 시점에서 거둬들이고 있는 경영성과에 안주하다간 향후 반드시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내몰린다는 것이 주요 그룹 총수들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의 핵심이다. 한때 '휴대폰 공룡' 소리를 듣던 모토로라의 올해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850만대였다. 업계 3위인 LG전자의 2710만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선두그룹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반면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메가히트를 잇따라 터트린 제품들을 앞세워 세계 IT업계의 수익기반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49% 늘어난 135억달러였고 순이익은 무려 90%나 증가했다.
◆줄 잇는 '2020 비전'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어떤 '미래 생존 지도'를 가지고 있을까.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기업들이 내놓은 '2020 비전'을 살펴보면 대강의 얼개가 드러난다. 친환경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대목은 모든 기업의 중장기 비전에서 빠지지 않는다. 향후 수년간 주택,교통,물류,환경,수자원 등의 분야에서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로 인해 기존에는 없던 '녹색 신(新)시장'이 형성된다고 본 것이다.
LG그룹의 경우 2020년까지 20조원을 쏟아부어 그룹 매출의 10%를 녹색 신사업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녹색산업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사업 영역을 확장,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비전도 다수 눈에 띄었다. 기존의 주력사업과 연관된 분야에 진출하는 '플러스 알파형' 모델을 검토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덩치를 키우되,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추려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삼성이 지난 11일 발표한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 제약,의료기기 등 5개 분야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들 사업에 향후 10년간 총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망의 용도를 확대,금융과 유통 등의 분야에 진출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포스코도 소재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리튬,마그네슘 등 철 이외의 사업을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그룹도 방향이 같다. 사업영역을 △글로벌 인프라 △통합물류 △종합금융 △엘리베이터 △관광유통교육 등 5개 분야로 확대한다는 게 이 회사가 내놓은 2020 비전의 골자다. 해운과 증권에서 쌓은 노하우를 관련 영역으로 확대,덩치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삼성 "전 세계에 영감을"
상품의 개념을 바꾸겠다는 기업들도 있었다. 상품 자체보다 구매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장터 '앱스토어'를 개발,스마트폰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린 것과 엇비슷한 사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1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영감을 불어넣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는 2020년 비전을 마련했다. 기존 세트(TV,휴대폰)와 부품(반도체,LCD) 위주의 사업구조에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분야를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추가했다.
지난 3월 2020년 비전을 발표한 삼성에버랜드도 엇비슷한 목표를 내세웠다. 이 회사의 모토는 '라이프 인프라 인벤터(발명가)'.빌딩관리,환경개발,에너지사업 등을 담당하는 E&A사업부,급식을 담당하는 푸드컬처사업부,테마파크와 골프사업을 맡은 리조트사업부 등을 고객의 건강한 삶을 위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10년 내 매출 3배 이상 키운다
기업들이 내세운 10년 후 매출 목표는 지난해의 적게는 2배,많게는 6배까지 제시됐다. 친환경,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 매년 20~30%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의 2020년 매출 목표는 4000억달러(약 460조원)다. 지난해 매출 136조원의 3배가 넘는다. 경제계는 삼성전자가 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부동의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포스코도 2018년까지 지난해(26조9540억원)의 4배에 가까운 연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중심의 사업구조를 비철강,녹색,해양 등으로 다변화해 매출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STX그룹 역시 지난해 매출(23조원)의 5배 수준인 연 매출 1000억달러(약 115조원)를 10년 후 목표로 내세웠다. CJ그룹은 지난 7일 그룹 매출 100조원,영업이익 10조원,글로벌 매출 비중 70%를 골자로 하는 2020년 비전을 선포했다. 중국 사업을 중심으로 15조원 안팎인 그룹 매출을 6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공개한 '미래 10년 비전'을 살펴보면 산업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구체적인 전략이 함께 드러난다"며 "'초일류기업'처럼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슬로건성 비전에 머무르던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애플 · 도요타 충격이 몰고 온 고민
수뇌부의 위기의식과 실적호조가 엇갈리는 것은 삼성그룹만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실적 개선흐름과 관계없이 '위기'라는 말을 자주 꺼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이 휠씬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애플이 IT업계를 석권하고 세계 최강의 제조업체로 군림했던 도요타가 추락하는 등 산업질서가 급격히 재편되는 흐름에서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현 시점에서 거둬들이고 있는 경영성과에 안주하다간 향후 반드시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내몰린다는 것이 주요 그룹 총수들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의 핵심이다. 한때 '휴대폰 공룡' 소리를 듣던 모토로라의 올해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850만대였다. 업계 3위인 LG전자의 2710만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선두그룹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반면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메가히트를 잇따라 터트린 제품들을 앞세워 세계 IT업계의 수익기반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49% 늘어난 135억달러였고 순이익은 무려 90%나 증가했다.
◆줄 잇는 '2020 비전'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어떤 '미래 생존 지도'를 가지고 있을까.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기업들이 내놓은 '2020 비전'을 살펴보면 대강의 얼개가 드러난다. 친환경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대목은 모든 기업의 중장기 비전에서 빠지지 않는다. 향후 수년간 주택,교통,물류,환경,수자원 등의 분야에서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로 인해 기존에는 없던 '녹색 신(新)시장'이 형성된다고 본 것이다.
LG그룹의 경우 2020년까지 20조원을 쏟아부어 그룹 매출의 10%를 녹색 신사업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녹색산업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사업 영역을 확장,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비전도 다수 눈에 띄었다. 기존의 주력사업과 연관된 분야에 진출하는 '플러스 알파형' 모델을 검토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덩치를 키우되,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추려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삼성이 지난 11일 발표한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 제약,의료기기 등 5개 분야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들 사업에 향후 10년간 총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망의 용도를 확대,금융과 유통 등의 분야에 진출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포스코도 소재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리튬,마그네슘 등 철 이외의 사업을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그룹도 방향이 같다. 사업영역을 △글로벌 인프라 △통합물류 △종합금융 △엘리베이터 △관광유통교육 등 5개 분야로 확대한다는 게 이 회사가 내놓은 2020 비전의 골자다. 해운과 증권에서 쌓은 노하우를 관련 영역으로 확대,덩치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삼성 "전 세계에 영감을"
상품의 개념을 바꾸겠다는 기업들도 있었다. 상품 자체보다 구매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장터 '앱스토어'를 개발,스마트폰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린 것과 엇비슷한 사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1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영감을 불어넣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는 2020년 비전을 마련했다. 기존 세트(TV,휴대폰)와 부품(반도체,LCD) 위주의 사업구조에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분야를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추가했다.
지난 3월 2020년 비전을 발표한 삼성에버랜드도 엇비슷한 목표를 내세웠다. 이 회사의 모토는 '라이프 인프라 인벤터(발명가)'.빌딩관리,환경개발,에너지사업 등을 담당하는 E&A사업부,급식을 담당하는 푸드컬처사업부,테마파크와 골프사업을 맡은 리조트사업부 등을 고객의 건강한 삶을 위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10년 내 매출 3배 이상 키운다
기업들이 내세운 10년 후 매출 목표는 지난해의 적게는 2배,많게는 6배까지 제시됐다. 친환경,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 매년 20~30%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의 2020년 매출 목표는 4000억달러(약 460조원)다. 지난해 매출 136조원의 3배가 넘는다. 경제계는 삼성전자가 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부동의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포스코도 2018년까지 지난해(26조9540억원)의 4배에 가까운 연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중심의 사업구조를 비철강,녹색,해양 등으로 다변화해 매출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STX그룹 역시 지난해 매출(23조원)의 5배 수준인 연 매출 1000억달러(약 115조원)를 10년 후 목표로 내세웠다. CJ그룹은 지난 7일 그룹 매출 100조원,영업이익 10조원,글로벌 매출 비중 70%를 골자로 하는 2020년 비전을 선포했다. 중국 사업을 중심으로 15조원 안팎인 그룹 매출을 6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공개한 '미래 10년 비전'을 살펴보면 산업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구체적인 전략이 함께 드러난다"며 "'초일류기업'처럼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슬로건성 비전에 머무르던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