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귀신이야.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바로 알고 발길을 끊어요. "

놀부보쌈 상도점을 운영하는 김규씨(61)는 "소비자들이 음식 맛은 물론 매장의 느낌까지 알고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 남는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3번 출구 인근에 있는 상도점은 여러가지 진기록을 갖고 있다. 보쌈 프랜차이즈의 원조인 놀부보쌈 가맹 1호점으로 1989년 4월 문을 연 뒤 같은 자리에서 22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 292개 놀부보쌈 매장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됐으며,첫 주인이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수명이 5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20년 넘은 가맹점은 드문 케이스다.

상도점은 3년 전 개보수해 지금은 깔끔한 현대식 매장으로 바뀌었지만,주인의 손맛은 22년 전 그대로다. 매장에 들어가면 때에 절어 연륜이 느껴지는 목재 간판이 천장에 박혀있다. 가게를 리모델링하면서 개점 초기부터 가게 앞에 걸었던 간판을 뜯어내 천장에 설치한 것이다.

김씨는 1988년 문을 연 신림동의 놀부보쌈 본점이 장사가 잘 된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찾아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상도점은 문을 열자마자 대박을 쳤다. 당시만 해도 보쌈전문점이 흔치 않았던 데다 신림동 본점과 맛이 똑같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그렇다고 탄탄대로만 달린 것은 아니다. "외식업은 5년 정도 주기로 위기가 오는 것 같아요. 장사가 잘 되다가도 예기치 않게 외부에서 사건이 터져 영향을 받게 되지요. " 김씨는 장사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위기가 닥쳐오기 때문에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하면 장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도점의 경우 개점 초기 3,4년은 하루 매출이 150만원 선을 넘나들었다. 그러다가 보쌈 단일 메뉴에 식상해진 손님들이 하나둘씩 발길을 돌리면서 5년차엔 매출이 절반까지 떨어졌다. "매출 감소로 고민을 하다가 충청도 시골에서 만든 된장으로 찌개를 만들어 서비스 메뉴로 내놨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상도점 가면 보쌈도 먹고 된장찌개도 공짜로 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다시 손님이 늘더군요. "

1990년대 말에도 2차 위기를 겪었다. 외환위기 여파로 씀씀이를 줄이는 분위기여서 돌솥밥에 보쌈을 함께 주는 새 메뉴를 추가했다. 요즘은 코다리찜을 무료 메뉴로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작은 점포라도 끊임 없이 변신을 해야 소비자들이 식상해 하지 않고 꾸준히 찾는다고 강조했다.

"보쌈가게로 자식들 대학 보내고 돈까지 모았으니 힘이 있는 동안은 계속해야죠.그동안 가게를 찾아준 단골손님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

김씨는 남편인 박만배씨(65)가 많이 도와줘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현장에서 더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김씨의 딸은 현재 상도점을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아들도 경기도 병점점을 독립 경영하고 있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30여년의 짧은 국내 프랜차이즈 역사에서 동일 브랜드 가맹점을 20년 이상 운영하는 것은 대단한 기록"이라며 "앞으로도 장수하는 체인점들이 많이 나와야 프랜차이즈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822-5437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