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월폴,앤서니 이든,윌리엄 글래드스턴,해럴드 맥밀런….이들은 영국 총리를 지냈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영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이튼스쿨 출신이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가 총리에 오르면서 이튼스쿨은 19번째 영국 총리를 배출하게 됐다. 1440년 설립된 후 영국 고교를 통틀어 가장 많은 총리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정계를 주름잡았던 많은 정치인들이 이곳 출신이다. 가난한 소매점의 딸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한동안 정치명문가 자제들의 모임이던 명문 사립기숙학교들은 위상이 바래는 듯했지만 캐머런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명문가 정치의 종주국 영국에선 요즘 캐머런 총리의 모교 이튼스쿨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BBC는 "이튼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자신이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이라는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학교를 방문하는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학생들에게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끊임없이 격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또 "이튼스쿨은 엄격한 규율을 강조할 것이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학생들의 성향을 존중하고 상대방 의견에 귀 기울이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선 이튼스쿨 외에도 헤로우와 웨스트민스터 등 다양한 명문사립학교들이 정치명문 출신 인재들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부총리가 된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는 러시아 남작의 후손일 뿐 아니라 450년 역사의 명문 웨스트민스터교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웨스트민스터교는 제레미 벤담과 존 로크 등 유명 인사와 6명의 총리를 배출한 학교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역시 '스코틀랜드의 이튼'이라 불리는 페테스를 졸업했다.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도 소수의 명문학교들이 정치 엘리트들을 집중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가 최고의 명문으로 꼽힌다. 1563년 설립돼 프랑스 최고를 자부하는 이 학교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조르주 퐁피두,장 자크 시라크 등 세 명의 대통령에다 많은 정치인,문인들을 배출했다. 레오폴드 세다르 셍고르 초대 세네갈 대통령도 이곳 출신이다.

미국에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모교인 필립스 아카데미와 코네티컷주의 초우트 로즈메리 홀,워싱턴에 있는 시드웰 프렌즈 스쿨 등이 명문 고교로 꼽힌다. 초우트 로즈메리 홀은 1890년에 설립된 학교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나왔다. 시드웰 프렌즈 스쿨은 수도 워싱턴에 있는 덕에 대통령의 자녀들이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빌 클린턴,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다녔고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두 딸도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유정/강경민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