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월트디즈니 뉴스코프 같은 세계적 미디어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각종 규제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송콘텐츠사업자(PP)가 소유 규제,매출 제한 규제 등에 묶여 덩치를 키우는 데 제약을 받는 탓이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14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 한국언론학회 공동 정기학술대회 라운드테이블 토론에서 "해외 방송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국내 미디어 기업의 덩치부터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방송은 국내 방송용으로 제작한 드라마 오락프로그램 등을 해외에 단품으로 수출하는 데 그쳐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PP사업자를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하지만 현행 방송법은 PP사업자가 규모의 경제를 가질 수 없도록 봉쇄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방송법은 1개 PP사업자의 매출이 전체 PP시장의 33%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국내 PP시장 규모가 1조3000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1개 PP사업자의 총 매출은 4300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정부가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안에 선정할 예정인 종합편성채널사업자도 이 규제를 받는다. 또 1개 PP사업자가 케이블TV(SO)에 공급할 수 있는 방송채널 수도 전체 채널 수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최 교수는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동남아를 비롯 이머징마켓에서 드라마,모바일 콘텐츠 등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 발굴해 시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며 "방송 콘텐츠 펀드 조성 등 정부 지원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장원 CJ미디어 상무는 "중국에서도 우리나라 지상파방송이 국내용으로 만든 드라마보다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원하는 추세"라며 "기획과 재원은 한국기업이,제작은 현지 기업이 맡는 방식의 현지화 전략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차장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수신료가 너무 낮아 PP들의 수익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주=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