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공업 회사들이 해외 원전을 본격 수주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외국 기업과 제휴를 추진하는 등 해외 원전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중공업 업체인 IHI는 원전 설비의 생산거점인 요코하마 제1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올해 안에 착공해 내년 7월에 완공한다는 방침인데 투자액은 약 20억엔(약 240억원)이다.
IHI는 당초 원전 1기 플랜트분에 해당하는 연간 2기의 증기발생기를 생산할 예정이었지만,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증기발생기는 가압수형 경수로(PWP)의 기간설비로,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사용해 발전터빈을 돌리는 증기를 만든다. 도시바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함에 따라 IHI는 이 회사의 신형 중형로(AP1000) 증기발생기를 생산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에서 신형 중형로 6기를 수주했다.

일본의 물처리 설비업체인 올가노는 미국의 물처리장치 메이커와 50%씩을 출자해 원전 관련 설비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올가노의 설계기술과 미국 회사의 제조설비를 합쳐 미국에서 관련 설비를 수주한다는 목표다. 올가노는 냉각수를 정화하는 장치 등 일본 내 원전용 물처리기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수주 실적은 거의 없었다. 이 회사는 북미지역에서만 앞으로 3~5년 안에 10억엔어치를 수주한다는 목표다.

고베제강소도 프랑스의 원자력 대기업인 아레바와 공동으로 사용후 핵연료 수송과 저장용기 제조 · 판매 사업을 아시아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4~5년 뒤 매출을 80억엔으로 예상하고 있다. 압력용기 등에 사용하는 대형 주단강품에서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일본제강소는 내년에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로 늘리기로 했다.

원전은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의 하나로 각국에서 신설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30년까지 세계 원전 발전능력이 현재의 1.4~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과정에서 40조엔(약 48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일본에선 현재 도시바가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를 포함해 12기,미쓰비시중공업이 3기의 해외 원전을 수주한 상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