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외교통상부를 은밀히 방문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날 면담은 비공개였고,김 본부장의 공식 일정에도 아카몬 사장과의 면담은 빠져 있었다.

GM대우는 물론 통상교섭본부도 두 사람의 만남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부담스러워했다. 통상교섭본부는 면담 사실만 확인한 뒤 구체적인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GM과 산업은행 간 국제 소송이 임박한 시점에 한국의 통상 업무를 총괄하는 장관급 고위직이 GM대우 사장과 나눌 수 있는 얘기는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날 면담은 자동차 산업과 한 · 미 통상현안 협의를 담당하는 북미EU통상과에서 준비했다.

업계에서는 이날 면담을 GM과 산은 간 마찰이 양국 간 통상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GM 측의 제스처로 보고 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협상이 타결된 지 만 3년이 지났으나 의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미국 내에서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상황이다.

GM은 지난해 파산위기에 빠졌을 때 미국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아 미국 정부가 1대 주주가 된 회사이며,산은은 한국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