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생님 "카네이션 받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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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맞은 원어민 영어강사
"보람과 함께 책임감도 더욱 커져"
"보람과 함께 책임감도 더욱 커져"
서울 신길초등학교 원어민 영어 교사인 버지니아 그린씨(25)는 지난해 처음 맞은 스승의날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학교에서 만난 그린씨의 손에는 1년 전 제자로부터 받은 카네이션 장식을 단 손때 묻은 볼펜이 들려 있었다. 그는 "카네이션 볼펜을 버릴 수가 없어 잉크를 채워 계속 쓰고 있다"며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제자들에게 감동해 눈물이 쏟아져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이날 그린씨의 강의 주제는 'English Market'(영어 시장)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동료교사인 박지선씨와 그가 제자들의 영어 실력과 경제 감각을 함께 길러 주자며 시작한 수업이다. 그린씨는 "학생들이 영어로 물건 값을 흥정하며 돈에 대한 개념과 함께 회화 실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가져온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장사에 여념이 없었다. "Pick and choose(골라 잡아)"라며 2달러를 받고 옷을 팔려던 6학년 최민성군에게 같은 반 친구 이준혁군은 "It's a rip-off(바가지구만).Give me a discount(좀 깎아줘)"라고 요구해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린씨는 2008년 9월부터 신길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한 그는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교사 생활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린씨는 스승의날에 대해 "미국에선 한국처럼 스승을 위한 날을 기념하지 않는다"며 "작년에 처음 겪은 스승의날 이후 교사로서 보람과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의 공부량이 너무 많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서울 중현초등학교 원어민 영어교사인 조슈아 마이너씨(29)도 이날 들뜬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학생에게 받은 편지를 보여주며 "장래에 저 같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받은 편지 중 'Stay here(계속 남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올해는 어떤 편지를 받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04년 미국에서 건너와 올해로 4년째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마이너씨는 "좋은 교사로 학생들 곁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