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오너,최고경영자(CEO)들이 자기 회사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더 이상 들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 데다 현금화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시장 내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수급 측면에서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오너나 CEO의 지분 매도는 주가 단기 고점 신호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제 현금화 할 때?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유가증권시장 13개 상장사가 자사주 처분을 결정,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5개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호텔신라는 지난 6일 자사주 25만여주를 처분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이는 임직원들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넘긴 것이다. 삼성전자도 자사주 1만5398주를 매각했다. 삼성생명은 자산 운용을 위해 들고 있던 삼성전자 4059주를 처분했다. 삼성SDI삼성물산은 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각각 보유 중이던 자사주 6860주,4만100주를 임직원들에게 넘겼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에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자사주를 매각한 경우도 있다. 동아원은 자사주 30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111억원에 팔았다. 이 자금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쓰인다. 주가 안정을 위한 자사주 취득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한 한미반도체는 71만주(55억원 상당),대원제약은 30만주(18억원 상당)를 각각 지난달 매각했다.

코스닥시장 내 셀트리온을 비롯해 아바코 컴투스 아토 등은 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보유 중이던 자사주나 신주를 교부했다. 셀트리온의 경우 행사가는 각각 2048원과 1만1586원으로 현 주가(2만2150원)보다 절대적으로 낮아 차익 실현 욕구가 높은 편이다.

CEO가 주식을 판 경우도 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12일 자사주 1만주를 4억원 남짓에 정리했다. 회사 측은 "개인적 사유로 일부 정리했지만 1만3000주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리서치코디네이팅팀장은 "경영진이 추가 상승 여력을 높게 보지 않은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 다 올랐나…자사주 매각 잇따라

◆"우리는 더 산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주가가 출렁이는 시기를 이용해 자사주를 늘리는 CEO들도 있다. 정동섭 동일제지 회장은 13일 자사주 110만주(2.77%)를 장내에서 추가로 사들였다. 주당 1470원꼴로 16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로써 정 회장의 지분율은 9.16%에서 11.93%로 높아졌다.

동일제지 관계자는 "매수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지난달 22일 1780원까지 오른 주가가 단기간에 1400원대까지 밀리자 싸다는 판단을 갖고 산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일제지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0%를 웃돌아 경영권 안정과는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구본걸 LG패션 사장도 이달 들어 6차례에 걸쳐 자사주 15만3260주(38억원 상당)를 사들이는 등 지난달 19일 이래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구 사장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진 후 LG패션은 10%가량 올랐다.

금융회사 중에서는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이 자사 지분을 늘리고 있다. 신 부회장은 11일 3만5000주를 추가로 사들여 보유 주식을 7만주로 확대했다. 삼성생명 상장일인 12일 대한생명 주가는 8400원까지 밀리면서 공모가(8200원)를 위협했다. 최고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대우증권 자사주 1000억 매입키로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유동성 마련을 위해 처분계획을 공시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대우증권은 14일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오는 8월14일까지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S&TC는 주가 안정을 위해 산업은행과 50억원 규모,하이소닉은 신한금융투자와 6억원 규모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각각 맺었다.

반면 에스엘은 160억원의 자사주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의 드래곤플라이는 93억원 처분계획을 공시했고,DMS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51억원어치를 팔기로 했다.

서정환/강현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