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최대 인수 · 합병(M&A) 매물인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의 품에 안겼다. 한때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세계경영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은 향후 포스코 글로벌 경영의 첨병으로 변신하게 된다.

포스코는 2018년까지 대우인터내셔널 매출을 20조원으로 끌어올려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의 철강재 유통망과 해외 자원개발사업 경험을 흡수,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대우 해외거점 106개…시너지 가속화

포스코는 14일 대우인터내셔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정밀실사를 진행하고 채권단과 세부 가격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 7일 본입찰에서 3조4000억원대의 인수가격을 써냈다. 협상 결과에 따라 가격은 5%가량 조정될 수 있다.

포스코는 7월 안에 캠코(자산관리공사) 측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인수가격 전액은 자체 보유 현금으로 지불키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6조2540억원에 달한다.

대우인터내셔널 신임 최고경영자(CEO)엔 이동희 전 포스코 사장(재무투자부문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올해 초 포스코 대표이사직에서 퇴진한 후 물밑에서 인수 작업을 지원해 왔다.

인수전 초기부터 '인수 후 통합(PMI)' 전략을 미리 짜둔 포스코는 지사 및 사무소 등 해외 106곳의 거점을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수출 창구 및 해외 유통망으로 활용,큰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매출 중 철강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이중 포스코의 수출 물량이 2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원개발 사업 경험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포스코와 다른 계열사들까지 대우인터내셔널과 연계해 해외 진출 및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도 마련해 놨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미얀마 가스전,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호주 유연탄광 등 에너지 · 광물 개발 광구 거점 15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매출액을 현재 11조원에서 2018년까지 20조원으로 늘려 초일류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로 육성한다는 중 · 장기 계획을 짜놨다"며 "종합소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계기로 포스코가 명실상부한 그룹 통합경영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로 포스코의 덩치도 커졌다. 포스코의 자산 규모는 현재 52조8000억원으로 롯데(67조2000억원)에 이어 국내 6위(공기업 제외)다. 이번에 자산 총액이 3조8852억원인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통해 포스코의 자산은 57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향후 대우조선해양(자산 규모 15조9000억원) 등을 추가로 인수하면 국내 재계 순위가 뒤바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포스코의 다음 행보는…

2008년 말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포스코가 처음으로 대형 M&A를 성사시키면서,다시 대우조선 인수에 도전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현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아직 3조원 이상의 실탄이 남아서다. 포스코는 그동안 "대우조선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 인수 여부와는 상관없이 해외 기업 인수 및 대형 투자는 계속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4위 철강업체인 자포리스탈에 대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며 다음달 본입찰에도 나설 예정이다. 자포리스탈은 400만t 규모 고로 1기를 비롯해 철광석 · 석탄 광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최대 철강업체인 타이녹스 인수도 추진 중이다. 인수 여부는 다음달 말께 결정된다. 해외 철광석,석탄 광산 지분 참여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고 국내에선 현대제철의 고로 사업 진출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포스코의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박동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