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로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한풀 꺾이면서 환노출형 펀드 수익률이 환헤지형 펀드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로 헤지를 해왔던 펀드들에서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14일 금융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환헤지형 펀드는 지난 1주일(13일 기준)간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3.92%)을 밑도는 4.10%의 손실을 냈다. 반면 환노출형 펀드의 수익률은 -2.63%로 손실폭이 비교적 작았다.

환헤지형은 환율 변동위험을 제거해 연초 이후 지속된 원화 강세 속에서 환노출 펀드 수익률을 앞질러 왔다. 그러나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감으로 원화가 약세(환율 상승)를 보이자 상황이 역전됐다. 해외 통화로 직접 투자하면서 통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환노출형 펀드가 유리해진 것이다.

국가별로 환노출형 일본 펀드의 선전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주 원 · 엔 환율이 2.83% 상승하자 환노출 펀드 수익률은 -1.21%로 환헤지 펀드(-5.21%)보다 선전했다. 특히 지난 5일부터 사흘 동안 원 · 엔 환율이 사흘간 6.27% 급등하자 이런 경향은 심화됐다.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의 경우 환노출형은 0.75%의 수익을 낸 반면 환헤지형은 5.58%의 손실을 내 수익률 차이가 6.33%포인트로 벌어졌다.

달러로 헤지를 하는 중국펀드도 원화 약세의 덕을 봤다. 지난 일주일간 원 · 달러 환율이 2.11% 상승하자 환노출형이 환헤지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2~3배 높게 나타났다. 다만 유럽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펀드는 원화 약세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유로화도 약세가 지속되면서 환효과가 상쇄된 탓이다. 지난 일주일간 환헤지형 유럽펀드(-4.85%)와 환노출형 펀드(-3.92%)의 수익률 차이는 1%포인트 안팎으로 미미했다. 실제 환율이 크게 출렁이던 5~6일에도 '푸르덴셜유로A' 환노출형의 수익률은 -4.17%로 환헤지형(-5.33%)과 큰 차이가 없었다.

김후정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현재 일시적으로는 환노출형 펀드가 수익률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 환율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환노출형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며 "투자국의 자산가치에만 투자할 목적이라면 환헤지형을,통화 변동에도 함께 투자한다면 환노출형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