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를 보면 무수한 나라들이 생겨나고 사라져갔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나라만도 10여개 이상에 달한다. 그런데 중국의 천자들에게는 '천하의 천자'라는 꿈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 대륙만이 아니라 주변 민족들까지 통치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았다.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가 살수대첩으로 대표되는 수나라 양제의 고구려 원정이다. 수나라는 고구려를 힘으로 굴복시키기 위해 정규군만 113만명에 보급부대까지 300만명에 이르는 큰 전쟁을 준비했으나 단 하나의 성도 함락시키지 못하고 쓸쓸히 발을 돌려야만 했다. 결국 무리한 전쟁으로 인해 수나라는 곧 멸망을 맞게 된다.

이는 가장 위대한 정복자 중 하나로 꼽히는 알렉산더 대왕과 사뭇 대조를 이룬다. 그는 인도 원정 중 지친 부하들이 더 이상의 진군을 거부하는 항명도 받아들였으며,페르시아 왕국에서는 피정복자인 다리우스 왕의 지위를 유지해 주고 그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적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아시아인은 노예로 취급하라고 가르쳤으나,알렉산더는 포용 정책을 베풀었다. 이런 유연함은 그가 무력으로 정복한 주변국들을 융합시켜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이처럼 항상 강함이 능사는 아니다. 수 양제의 사례는 강함만을 앞세울 때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강함만을 내세운다면 이는 언젠가 부러질 수밖에 없다. 진정 강하기 위해서는 그 강함을 아우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강함과 유연은 반대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다.

이는 기업 경영에도 적용된다. 강하기만 하고 유연함이 부족하다면 환경이 바뀌고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 요즘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해외 현지 시장에 맞는 유연함이 없이 자신들의 방식만을 강하게 고집하다 결국 실패한 글로벌 기업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인재도 그렇다. 글로벌 시대에는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요,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강함이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열린 자세로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이를 기반으로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협력해 일할 수 있는 유연함도 필수다.

중국 전한(前漢)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라는 책을 보면 '지나치게 굳세면 꺾이고 지나치게 부드러우면 힘이 들어가니,성인은 강유를 겸비해 자신을 바르게 함으로써 도의 근본을 얻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기업도,인재도 강유를 겸비해야 한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열린 마인드를 가졌으나 속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춘,강유 기업과 강유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홍창 <CJ GLS사장> 01cjits@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