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힌 '김장독'펀드 수익률 코스피의 4배
10년 이상 꾸준하게 팔리고 있는 '김장독 펀드'들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김치도 김장독에 넣어 땅속에 장기간 묻어둬야 알맞게 익어 맛이 나듯이 펀드투자도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지속했을 때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년 넘은 장기펀드 모두 코스피 앞서

1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설정기간 10년,설정액 100억원 이상 펀드 11개의 수익률이 모두 10년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19.9%)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펀드 중 가장 성적이 저조한 '대신BULL테크넷1'도 150.2%의 수익을 올려 코스피 상승률보다 30%포인트 이상 높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장기 펀드는 1999년 1월 설정된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5'.이 펀드는 10년간 수익률이 479.1%로 코스피지수 상승률의 4배에 달한다. 10년 전 1억원을 펀드에 넣은 투자자라면 현재 약 5억8000만원을 거머쥘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4'(395.6%)와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1'(381.0%)도 400%에 육박하는 수익을 내 2,3위를 차지했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서진희 마케팅 총괄이사는 "증시 분위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주력 펀드가 수시로 바뀌는 다른 운용사들과 달리 우리 회사의 주력 펀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그로스 펀드"라며 "장기적으로 유망한 주식을 싼 가격에 사들이는 전략을 10년 동안 고수해 온 결과가 높은 수익률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밀레니엄드래곤승천'에서 이름을 바꾼 '삼성스트라이크' 펀드도 304.8%의 수익을 내고 있다. 1970년 5월 국내 최초로 탄생한 펀드인 '하나UBS안정성장1월호'(268.3%)와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마이스터'(249.8%)도 10년 수익률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현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장기 펀드들의 공통점은 단기간 높은 수익률과 대량의 자금유입으로 한때 주목 받았던 '스타펀드'가 아니라 꾸준하게 평균적인 시장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것"이라며 "화려하지 않더라도 평균적인 수익률을 내는 펀드라면 장기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10년 넘었지만 아직도 '현역'

이들 펀드는 10년 이상 된 '헌 펀드'지만 아직도 신규 자금을 꾸준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새로 나온 '신상(신상품)펀드'를 선호하는 국내 투자자의 경향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약 6조원 넘게 빠져나간 대량환매 속에서도 삼성스트라이크 펀드에는 연초부터 지난 12일까지 65억원이 순유입됐다. 한국투자마이스터 펀드도 연초에 비해 설정액이 14억원 늘었다. 10년 수익률 1위인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5에는 지난달 환매사태 와중에 134억원이 빠지긴 했지만 1월 18억원,2월 31억원이 들어왔고 5월에도 37억원이 순유입됐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