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박세리(33)가 미국LPGA투어에서 모처럼 전성기 샷을 선보였다. 사흘 연속 60타대 스코어를 내고,이틀째 선두를 지키며 약 3년 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박세리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GC(파72)에서 열린 벨마이크로LPGA클래식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고 4언더파를 기록했다. 박세리는 3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03타(69 · 66 · 68)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브리타니 린시컴(미국)과 함께 공동 1위다.

1998년 미LPGA투어 데뷔연도에 메이저대회에서 2승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던 박세리는 2007년 7월 제이미파 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 투어 24승째를 거뒀고,그 해 미LPGA투어 및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한국여자골프의 '간판'.외환위기 시절 '맨발의 투혼'으로 국민들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던 박세리는 그러나 몇 년 새 20대 초반의 '세리 키즈'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주는 듯했다.

2007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2008년 상금랭킹 52위로 떨어졌고,지난해에는 30위의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올 들어서도 랭킹 39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4월 초 나비스코챔피언십 첫날 79타에 이어 이달 초 멕시코에서 열린 트레스 마리아스챔피언십에서는 첫날 무려 84타를 기록한 뒤 기권하고 말았다. 투어 데뷔 후 통산 여섯 번째 80타대 스코어였다. 변변한 스폰서가 없고,성적도 중하위권을 맴돌고….주위에서는 '박세리의 시대는 갔다'며 수군댔다.

그러나 박세리는 생애 두 번째로 높은 타수를 기록한 지 보름 만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3일 연속 60타대 스코어를 낸 것은 3년 만이다. 한 라운드에 66타를 친 것도 근 1년 만이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샷 평균거리 268.4야드로 전성기 때 못지않다. 그린적중률도 81.5%에 달해 거의 매홀 버디기회를 맞았다. 퍼트 또한 라운드당 28.3개로 흠잡을 데 없다. 54홀 동안 보기와 더블보기는 단 1개씩.

박세리는 2001,2002년 이 골프장에서 열린 AFLAC챔피언스와 LPGA토너먼트챔피언스를 제패했다.

그는 경기 후 미LPGA관계자와 공식 인터뷰에서 "코스와 그린,러프상태가 다소 달라졌지만 그래도 친숙한 골프장이어서 부담이 없다"며 "어떤 홀에서 조심해야 하고 어떤 홀에서 공격적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우승하지 못한 최근 2년여 동안 샷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지만 지난해 가을 이후 그린 플레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골프는 인내력의 게임이고 잘 참아왔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퍼트감각이 되살아나면서 자신감도 찾아 좋은 스코어를 내고 있다"며 웃었다. 또 "경기 때 자신을 압박하지 않고 즐기면서 임하려고 한다. 단독 선두가 아니라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들어가므로 마음도 편하다"며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박세리는 16일 오후 11시12분 페테르센,린시콤과 함께 챔피언조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한편 최나연(23 · SK텔레콤) 이지영(25) 김송희 유선영 등 한국선수 5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 1위 신지애(22 · 미래에셋)는 선두와 10타차 공동 26위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