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박수근 열풍…주말 6천여명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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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현대, 45주기 기념전
역시 '국민 화가'답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의 '박수근(1914~1965년) 서거 45주년 기념전'에 관람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전시 첫날인 지난 7일 3000여명이 다녀간 데 이어 주말 6000여명,평일 1000~2000여명씩 찾아 16일 누적 관람객 수가 2만명(무료 포함)을 넘어섰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2층에 전시된 60호 크기의 '절구질 하는 여인'(60×97㎝).아내 김복순이 아기를 업고 절구질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빌려온 이 작품은 1954년 제3회 국전 입선작으로 향토색 짙은 모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지난 14일 전시장에서 '박수근 이야기' 특강에 나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박 화백의 독특한 질감이 이처럼 강렬하게 표현된 것이 없다. 만년의 박수근은 부드러운 화강암 같은 질감에 대상을 정적으로 고착시켰지만 여기서는 마티에르가 강하여 대단히 동적인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두 여인과 고목을 그린 1956년작 '나무와 여인',1953년 제2회 국전 특선작 '우물가',골목길에서 공기놀이하는 소녀들을 그린 1963년작 '유동',처음 공개되는 '목련'(1960년)과 '아기 업은 소녀'(1964년) 등도 줄을 서야 감상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경매 최고가('빨래터' 45억2000만원)라는 인기 요인 외에도 지독한 가난 속에서 화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독학으로 예술세계를 완성하며 꿈을 심어줬다는 점 등에 힘입은 것이다.
고3 수험생인 김태성군(18 ·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은 "박수근의 작품이 시험에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시장을 찾았다가 그림을 직접 보고는 그의 예술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서울 청담동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이은경씨(35)는 "지금까지 박수근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강의를 해왔다"며 "현장에서 작품을 직접 보고 나니 더 생생하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애기했다.
강원도 양구 태생인 박 화백은 서민들의 애환을 독특한 질감에 담아내 한국 화단의 최고 인기 작가로 자리잡았다. 국내 근 · 현대 미술품 경매가 중에서 10억원이 넘는 작품은 '빨래터'를 비롯해 '시장의 사람들'(25억원) '농악'(20억원) '앉아 있는 아낙과 항아리'(14억6000만원) '한가한 날'(12억4000만원) '휴식'(10억5000만원) 등 6점이나 된다.
삼성미술관 리움과 개인 소장가로부터 빌려온 박 화백의 그림 45점이 출품된 이 전시회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는 해설도 들을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학생 3000원.(02)2287-3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