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너희가 전쟁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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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70대 독자가 지난 주말 전화를 걸어왔다.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그는 "14일자 한국경제 33면 '책마을'에 실린 《컬러로 보는 한국전쟁》을 어디서 살 수 있느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을 몇 권 사서 사원들한테 보여주려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쟁을 모르는 데다 이데올로기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에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북한 정권이 얼마나 호전적인지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를 무조건 '수구보수'로 몰아붙이면서 아예 듣지도 않으려고 한다니까요. "
1935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영등포에 살던 1950년 낚시를 하러갔다가 한국전쟁을 만났다고 했다. 피란길에 이루 말 못할 고통을 겪었던 터라 신문에 실린 피란민의 사진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없는 광우병도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왜 그토록 관용적인지 알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북한 동포를 가엾이 여기는 차원을 넘어 북한정권에까지 관용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얘기였다.
다음 달이면 6 · 25전쟁 발발 60년이다. 그동안 남한은 폐허 위에 나라를 다시 세워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스스로 먹고 살기 힘든 처지인데도 테러와 도발을 일삼으며 악명만 높여왔다.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부터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대한항공 폭파,서해상 도발까지 북한의 호전성은 그대로다.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빈 미국인 존 리치씨는 《컬러로 보는 한국전쟁》의 서문에서 "한국전쟁을 과거의 역사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전쟁의 참혹함,전쟁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을 잊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를 너무 잊고 산 것이 아닐까. 적잖은 젊은이들이 "6 · 25가 뭐예요?"라고 묻는 게 현실인데도 내년부터 고교에서 국사는 선택과목으로 밀려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과 대화와 교류는 계속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정권에 대한 경계심마저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서화동 문화부 기자 fireboy@hankyung.com
"이 책을 몇 권 사서 사원들한테 보여주려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쟁을 모르는 데다 이데올로기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에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북한 정권이 얼마나 호전적인지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를 무조건 '수구보수'로 몰아붙이면서 아예 듣지도 않으려고 한다니까요. "
1935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영등포에 살던 1950년 낚시를 하러갔다가 한국전쟁을 만났다고 했다. 피란길에 이루 말 못할 고통을 겪었던 터라 신문에 실린 피란민의 사진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없는 광우병도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왜 그토록 관용적인지 알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북한 동포를 가엾이 여기는 차원을 넘어 북한정권에까지 관용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얘기였다.
다음 달이면 6 · 25전쟁 발발 60년이다. 그동안 남한은 폐허 위에 나라를 다시 세워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스스로 먹고 살기 힘든 처지인데도 테러와 도발을 일삼으며 악명만 높여왔다.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부터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대한항공 폭파,서해상 도발까지 북한의 호전성은 그대로다.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빈 미국인 존 리치씨는 《컬러로 보는 한국전쟁》의 서문에서 "한국전쟁을 과거의 역사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전쟁의 참혹함,전쟁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을 잊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를 너무 잊고 산 것이 아닐까. 적잖은 젊은이들이 "6 · 25가 뭐예요?"라고 묻는 게 현실인데도 내년부터 고교에서 국사는 선택과목으로 밀려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과 대화와 교류는 계속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정권에 대한 경계심마저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서화동 문화부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