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몰드베이스 생산업체 기신정기 공장.입구에 들어서자 '금형강국의 초석'이란 글귀가 적힌 큼지막한 석판이 서 있다.

"단순히 미사여구만은 아니죠." 윤현도 기신정기 사장은 "좋은 몰드베이스가 없으면 좋은 금형도 나올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배경에 기신정기의 공이 크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기신정기가 만드는 몰드베이스는 휴대폰 자동차 등에 쓰이는 금형을 제작하는 기본 틀이다. 네모 반듯한 철판을 겹쳐 만든 금속 틀 하판(下板)에 금형을 새겨넣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찍어낸다.

◆점유율 90%,시장이 인정하는 기술력

기신정기의 강점은 '성능'이다. 반복적으로 금형을 찍어내도 마모되지 않을 만큼 경도가 높으면서 복잡한 금형을 새겨넣을 수 있을 정도로 표면처리가 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소형 플라스틱 사출성형을 만드는 몰드베이스 분야에서 기신정기의 시장점유율은 90%를 웃돈다. 국내 고객사만 나라앰텍 한국단자 등 3000개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기신정기의 몰드베이스를 직접 구입해 휴대폰용 금형을 만든다. 윤 사장은 "날로 정밀해지는 휴대폰 금형을 제작하려면 우리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삼성전자 휴대폰은 100% 기신정기의 몰드베이스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력이 좋다 보니 '단가인하 압력'도 이 회사엔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다. 윤 사장은 "어차피 고객들도 기신정기 제품을 안쓰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 깎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영업이익 210억원 기대

기신정기는 소형에 이어 대형 몰드베이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06년 삼일메가텍을 인수해 대형 몰드베이스 시장에 뛰어든 이후 연간 200억원가량의 매출을 대형 제품 분야에서 일궈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후타바사와 합작으로 중국 톈진에 중형 몰드베이스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몰드베이스는 올해부터 삼성전자의 톈진 휴대폰 공장에 공급된다.

특출난 제품경쟁력 덕분에 기신정기의 실적도 견조하다. 이 회사의 지난 3년간 평균 당기 순이익률은 18%.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산업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으로는 놀라운 수준이다. 매출은 2008년 618억원에서 지난해 743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984억원을 목표로 정했다. 영업이익은 2008년 136억원에서 지난해 경제 위기로 127억원으로 줄었으나 올해는 210억원으로 65% 이상 늘릴 계획이다.

사내 유보금도 600억원(2010년 5월 기준)에 달한다. 윤 사장은 "유보금이 너무 많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져 오히려 고민"이라며 "현재 라인증설 등 신규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향후 소형 몰드베이스를 수익기반으로 삼아 다이세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이세트는 반도체 리드프레임 등 정밀금속 금형을 만드는 데 쓰이는 소모품으로 몰드베이스보다 더욱 정밀한 가공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는 "아직 국내에는 탁월한 기술력을 갖춘 다이세트 업체가 없다"며 "연 1500억원으로 추정되는 다이세트 시장에서도 몰드베이스처럼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공단=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