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께 예정된 천안함 사태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주말 관련국의 고위급들이 한국과 미국 등에서 잇달아 접촉을 갖고 대응 방향을 협의했다. 예상대로 한 · 미 · 일은 조사 결과 발표 후 공동보조를 맞추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중국은 신중한 반응을 나타내면서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중국 '과학 객관적 조사' 방점

한국과 중국 일본 외교장관들은 15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천안함 사태와 6자회담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무대신에게 그동안 진행해 온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 원인조사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일단 3국 외교장관들은 천안함 침몰 사태로 다수의 인명이 희생된 데 대해 애도를 표했다. 그렇지만 중국 측은 여러 차례 위로의 뜻을 밝히면서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공격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인 스탠스를 보인 것이다. 사실상 북한의 소행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철저한 한 · 미 공조를 바탕으로 단호한 대응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우리 정부와는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남북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천안함 사고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파장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일본은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뿐만 아니라 16일 한 · 일 양자회담에서도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전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

◆"한 · 미 모든 면에서 의견 합치"

한 · 미 양국은 15일 워싱턴에서 '2+2 외교 국방장관회의' 실무 준비를 위한 차관보급 회의를 갖고 천안함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응 방향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는 회의를 마친 후 "양국 간 천안함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식의 차이가 없었고 모든 면에서 의견 합치를 이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고위 외교당국자는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미 · 중 경제전략 대화'에서 천안함 문제가 거론되도록 양국 정부에 요청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협조방안을 다각적으로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해 이런 외교적 노력이 진행 중임을 시인했다.

홍영식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