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에 있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공장).높은 담장 너머로 대형 행사를 준비하는 듯한 방송이 들렸다. 17일 열리는 신규 반도체 공장 기공식 리허설이었다.

일요일인데도 공장 주변 곳곳에서는 환경정비 공사가 한창이었다. 6년 만에 화성공장을 찾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맞기 위한 준비다. 이 회장은 행사에서 2년간 반도체 분야에 20조원을 들여 신규 라인을 대거 증설하는 등 반도체사업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 중심으로 변신 중인 화성캠퍼스

화성캠퍼스 정문 왼쪽,새 공장이 들어설 부지에는 대형 크레인 2대가 기공식 때 사용할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현수막에는 "계속되는 神話! 16라인이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기공식에 참석하는 이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비장한 의지가 담겨 있는 듯한 내용이었다. 대형 현수막 앞에는 기공식에 참석하는 내외빈 자리인 듯한 하얀 지붕의 반개방형 건물까지 세워졌다. 이 행사가 대규모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화성캠퍼스에는 기존 15라인이 들어가 있는 건물이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라인을 설치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삼성은 건물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16라인 건물 입구에는 장비 납품 차량들이 드나들 수 있는 새 도로까지 깔았다. 4년 만에 찾아온 반도체 호황을 맞아 반도체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5라인 건물 앞쪽 오른편에도 대형 크레인들이 우뚝 솟아 있었다. 정문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이 자리가 '화성 통합 오폐수 처리장 신축 공사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규 라인 증설로 늘어날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공사였다.

화성캠퍼스 정문 주변도 분주했다. 입구에는 40~50대 아주머니들이 뗏장을 입히는 환경정비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주변 좌우측 주차장에서도 바닥을 다지고 보도블록을 새로 까는 작업이 한창이다. 화성캠퍼스 전역이 대규모 공사를 통해 반도체 메카로 진화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규모 투자로 반도체 신화 이어간다

이 회장이 화성캠퍼스를 찾는 것은 2004년 12월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반도체사업 진출 30주년을 맞아 화성을 찾은 그는 총 25조원을 투자해 플래시 메모리 등을 육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전략이 주효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을 D램 33.6%,낸드플래시 40.2%까지 끌어올렸다.

이 회장은 이번에도 화성캠퍼스에서 반도체 새 비전을 공개한다. 내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16라인 장비 반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신규 공장 건설까지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당시 투자 전략은 D램 분야 10년 연속 세계 1위 저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는 D램 시장 독주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복합 메모리,모바일 프로세서 등 모바일 분야 1위를 달성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세 번째 라인(13라인)을 가동하며 제2반도체 기지로 출발한 화성캠퍼스는 이번 투자로 차세대 메모리 생산 기지의 입지를 굳혀 나갈 전망이다.

화성=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