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2개로 쪼개야 유럽 재정위기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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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美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 인터뷰
7500억유로 지원은 미봉책
美 금리인상 일러야 내년 봄
7500억유로 지원은 미봉책
美 금리인상 일러야 내년 봄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66)는 "그리스에서 시작한 남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을 2개 정도로 나눠 재편해야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7500억유로(약 1조달러)를 긴급 지원키로 한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봄쯤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며 "남유럽에서 비롯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상존하는 만큼 한국은행도 굳이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피츠버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과 LA한미은행장을 지냈다.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2006년 '올해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됐으며 작년엔 '톱5 이코노미스트'로 뽑혔다.
▼EU와 IMF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
"긴급 지원책은 단순히 시간을 끌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긴급 지원책이 효과를 내려면 그리스의 재정지출을 삭감하고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 내 연금생활자나 노조 등의 반발이 심하다. 결국 긴급 지원책은 일시적인 치유책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그리스 재정위기는 다르다. 서브프라임 문제는 민간부문에서 비롯됐다. 문제를 정부가 떠안는 방법으로 덮을 수 있었다. 그리스 재정위기는 정부의 문제다. 다른 나라 아니면 도와줄 주체가 없다. "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결국은 유로존을 두 개 정도로 나눠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현 유로존을 유지하는 건 맞지 않다. 그리스와 독일의 경제규모가 현격히 차이 나는데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게 말이 되는가. "
▼유로존 재편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크게 두 가지다. 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중 독일 프랑스 등 잘 사는 나라는 유로화를 계속 사용하되 그리스 포르투갈 등은 따로 떼어내는 게 첫번째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은 단일 통화를 별도로 만들어 사용하게 해야 한다. 경제력 차이를 감안해 유로존을 두 개로 나누자는 얘기다. 독일과 프랑스를 유로존에서 떼어내 과거 마르크화처럼 각각 별도 통화를 사용하게 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
▼유로존은 정치적 목적으로생기지 않았나.
"바로 그 점이 유로존 재편의 가장 큰 변수다. 유로존은 정치적 통합을 위한 전 단계로 경제적 통합을 이루자는 의도에서 출범했다. 이런 정치적인 배경을 따지면 유로존을 깨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왜 우리가 다른 나라를 위해 엄청난 돈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많아지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고 독일 등에서 부담해야 하는 돈이 커질수록 유로존 재편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본다. "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면 일단 고비를 넘기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인근 스페인이 당장 문제다. 스페인은 내년이 더 큰 고비다. 국가부채 중 상당액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온다. 이를 연장해야 한다. 연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더 큰 문제가 닥칠 수 있다. 스페인이 문제가 되면 그리스보다 5배가량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남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현재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좋다. 인플레이션도 거의 없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하지만 각종 경기부양책이 끝나는 연말이나 내년 중순이 걱정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겹쳐있어 낙관하기는 이르다. "
▼FRB는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인가.
"이르면 내년 봄쯤 인상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파장이 크면 금리인상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있다. "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를 조만간 인상할 방침임을 시사했는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모범적인 국가다. 시장이 안정돼 있고 구조조정도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한국 경기만 감안하면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어도 된다. 그렇지만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국 경제를 세계 경제라는 바다에 떠있는 배라고 가정하면 쓰나미가 닥칠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를 조만간 올려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굳이 빨리 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 손성원 석좌교슈 인터뷰 전문 보기
손 교수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7500억유로(약 1조달러)를 긴급 지원키로 한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봄쯤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며 "남유럽에서 비롯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상존하는 만큼 한국은행도 굳이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피츠버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과 LA한미은행장을 지냈다.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2006년 '올해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됐으며 작년엔 '톱5 이코노미스트'로 뽑혔다.
▼EU와 IMF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
"긴급 지원책은 단순히 시간을 끌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긴급 지원책이 효과를 내려면 그리스의 재정지출을 삭감하고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 내 연금생활자나 노조 등의 반발이 심하다. 결국 긴급 지원책은 일시적인 치유책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그리스 재정위기는 다르다. 서브프라임 문제는 민간부문에서 비롯됐다. 문제를 정부가 떠안는 방법으로 덮을 수 있었다. 그리스 재정위기는 정부의 문제다. 다른 나라 아니면 도와줄 주체가 없다. "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결국은 유로존을 두 개 정도로 나눠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현 유로존을 유지하는 건 맞지 않다. 그리스와 독일의 경제규모가 현격히 차이 나는데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게 말이 되는가. "
▼유로존 재편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크게 두 가지다. 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중 독일 프랑스 등 잘 사는 나라는 유로화를 계속 사용하되 그리스 포르투갈 등은 따로 떼어내는 게 첫번째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은 단일 통화를 별도로 만들어 사용하게 해야 한다. 경제력 차이를 감안해 유로존을 두 개로 나누자는 얘기다. 독일과 프랑스를 유로존에서 떼어내 과거 마르크화처럼 각각 별도 통화를 사용하게 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
▼유로존은 정치적 목적으로생기지 않았나.
"바로 그 점이 유로존 재편의 가장 큰 변수다. 유로존은 정치적 통합을 위한 전 단계로 경제적 통합을 이루자는 의도에서 출범했다. 이런 정치적인 배경을 따지면 유로존을 깨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왜 우리가 다른 나라를 위해 엄청난 돈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많아지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고 독일 등에서 부담해야 하는 돈이 커질수록 유로존 재편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본다. "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면 일단 고비를 넘기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인근 스페인이 당장 문제다. 스페인은 내년이 더 큰 고비다. 국가부채 중 상당액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온다. 이를 연장해야 한다. 연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더 큰 문제가 닥칠 수 있다. 스페인이 문제가 되면 그리스보다 5배가량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남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현재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좋다. 인플레이션도 거의 없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하지만 각종 경기부양책이 끝나는 연말이나 내년 중순이 걱정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겹쳐있어 낙관하기는 이르다. "
▼FRB는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인가.
"이르면 내년 봄쯤 인상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파장이 크면 금리인상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있다. "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를 조만간 인상할 방침임을 시사했는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모범적인 국가다. 시장이 안정돼 있고 구조조정도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한국 경기만 감안하면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어도 된다. 그렇지만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국 경제를 세계 경제라는 바다에 떠있는 배라고 가정하면 쓰나미가 닥칠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를 조만간 올려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굳이 빨리 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 손성원 석좌교슈 인터뷰 전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