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초 국내 저가항공사의 여행사를 통한 영업을 방해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재했다. 이에 대해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저가항공사들이 여행사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2005년 이후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해 왔다는 점을 들며 공정위가 오히려 경쟁을 억제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에 의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여행사에 대해 자사 티켓 판매를 조건으로 리베이트(볼륨인센티브 · VI)를 주면서 저가항공사의 항공권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은 분명하다. 이는 양 항공사가 스스로 인정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저가항공사가 온라인판매에 치중한 것은 전략적 결정이라기보다는 양대 항공사의 방해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저가항공사의 시장점유율이 2008년 이후 점차 올라가고 있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열 저가항공사 점유율도 포함돼 있다. 양대 항공사는 수익성 낮은 상당수 국내선을 계열 저가항공사를 통해 운항하게 했다. 그 결과 양대 항공사 자체의 국내선 실적은 줄었지만 계열 저가항공사 실적을 포함하면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90%에 육박하고 있다.

양대 항공사의 이번 행위가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이 독과점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양대 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절대적이고,국제선 점유율도 70%대에 달한다.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에 있지 않은 외국항공사들은 여행사를 위협하거나 리베이트를 이용해 여행사가 경쟁사업자의 티켓을 팔지 못하게 할 힘이 없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은 여행사들이 리베이트를 항공권 가격 인하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마저 원천 봉쇄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인텔 퀄컴 등 대형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일련의 제재조치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독과점기업의 횡포로부터 군소 신규 경쟁사업자를 보호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길이다.

◇이 글은 본지 5월12일자 A39면 '경쟁촉진 거리 먼 공정위 결정'에 대한 반론입니다.

안영호 < 공정거래위 시장감시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