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산업이 시장에서 선순환 구조를 이루려면 인구가 1억명을 넘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콘텐츠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원활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기준 미국 CIA 자료에 의하면 13억명 중국,11억명 인도,3억명 미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러시아 일본 멕시코 등이 인구 1억명을 넘는 국가들이다. 한국은 25위(4800만명)로 기록돼 있다.

우리가 문화산업 선진국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사례의 대부분을 미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이유도 이들 국가가 1억명을 초과하는 나라 중 유일하게 콘텐츠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1억명이 넘지 않는 열악한 시장 규모를 지닌 한국은 현재 콘텐츠 시장 규모로는 세계 8위권(340억달러),국내총생산(GDP) 대비 콘텐츠 시장으로는 세계 7위권(2.57%)을 기록하고 있으며,온라인게임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의 23%를 점유해 2위권을 보이고 있다. 또 문화콘텐츠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매출 8.6%,수출 20%,당기순이익 34%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게임,방송,모바일 콘텐츠,캐릭터,애니메이션,만화 등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데다 혁신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포함한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한류에 긴장하며,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이유 중 중요한 부분은 창작인력의 끊임없는 육성과 체계적인 지원 정책에 있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학과,연극영화학과,디자인학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100여개가 넘는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여전히 수백편의 창작 뮤지컬과 연극이 연중무휴 공연되고 있으며,연간 1000여편이 넘는 창작 애니메이션과 웹툰이 국내 소비시장과 관계없이 생산되고 있다. 창작의 열정이 소비의 선순환적 재투자에 관계없이 확대되고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우리의 잠재력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자체 소비시장의 선택적 투자가 전제되지 않아도 창의적인 열정만으로 문화콘텐츠를 만들고,시행착오 속에 진화해가는 창작인력이 여전히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순수한 패기와 열정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 파리의 대형 백화점에서 '미키마우스' '헬로키티'와 경쟁하는 '뿌까'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국내 창작인력의 창의 전선에 실속있는 지원 정책이 다차원적으로 시도되고 있어 그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잠재된 창작인력에게 가능성과 의욕을 주는 1인 창조기업 육성 프로젝트,'아바타'와 같은 3D입체 경향을 주도할 아시아 최대 컴퓨터그래픽 생산기지화,일반인들의 문화콘텐츠 소액투자를 실시간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투자모형 개발 등 창작 시장과 밀접한 정책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창작인력의 가능성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내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전문 펀드의 투자모델,그리고 금융시장의 중장기적 전략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시점이다.

프랑스(6400만명) 영국(6100만명) 이탈리아(5800만명) 등이 열악한 자국의 수요만으로 콘텐츠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글로벌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로 세계적인 콘텐츠 상품을 만들어가는 것에 또한 집중해야 할 때다. 그들은 창의인력의 자율적인 발상과 그에 따르는 혁신적 투자환경으로,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관광 및 디자인산업과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국제적인 자유무역 환경에서 한국의 문화콘텐츠 상품이 전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적극적 지원 정책이 창작인력의 열정적 아이디어에 마중물로 그 추진력을 더해야 할 것이다.

한창완 < 세종대 교수·미디어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