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외 경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저성장 저금리'가 아닐까 싶다. 이미 선진국의 성장 여력은 낮아진 상태고 민간 소비 부진은 당장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재정 정책도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제를 보는 눈과 시장이 경제를 보는 눈은 다르다. 정부는 성장률이 2~3%로 낮더라도 경제가 확장되고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시장은 이전 성장률이 4%였다면 다음에는 5%가 되어야만 만족한다. 그만큼 시장은 경제의 방향성을 중요시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3분기 증시가 상승탄력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각광받는 종목도 자동차 등 업종 대표주에서 그동안 덜 올랐던 비업종 대표주로 옮겨갈 전망이다.

하반기 예상되는 경제 구조적인 문제들

재정 정책에 의한 경기 회복은 끝나간다고 봐야 한다. 하반기에는 해결해야 할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남았다. 우선 국내외 모두 어느 정도의 부채 조정이 있어야 한다.

작년에 부채 조정이 진행돼야 했지만 경기가 나쁜 상태에서 부채 조정까지 이뤄질 경우 사태의 악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미뤄져 왔었다. 그러나 이런 어정쩡한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960년 이후 미국의 전체 가계 부채와 주택 관련 부채 추이를 보면 지나치게 많은 부채가 경제에서 골칫거리임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빠지면 부채 비율이 피크를 친 후 최소한 고점 대비 15% 정도 줄어드는 조정을 거쳤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부채 축소 과정이 없었다. 조만간 1980년대 초 이후 부채 증가 부분을 구조적으로 한번은 정리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부채 조정에 따른 소비 둔화가 예상된다.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향후 경제에 걸림돌이다. 물론 원자재와 자산 가격만을 놓고 보면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었고 각종 비금속 가격이 상승했으며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지표들은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해소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암시해 주고 있다. 만일 민간 소비 개선이 약해진다면 높은 실업률과 가동 부족 등으로 인해 공산품 가격 하락이 기업 실적 둔화로 나타나고 이 부분이 다시 임금 조정을 촉발시켜 소비를 압박하는 거시적인 악순환 형태가 될 수 있다.

저금리 고유동성 상황 지속

하반기에는 저금리와 고유동성의 영향력은 현저히 둔화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을 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이 없어도 금융 부문이 상반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금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정책 금리를 연 0.25%까지 내리고 우리나라도 연 2.0%로 떨어뜨린 후 시장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물리적으로 추가 금리 인하가 불가능하게 된 이상 향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금리를 의심하는 투자자는 없었다. 정책 금리가 시장 금리를 압도하는 상태여서 시장 금리가 낮은 정책 금리를 따라 다시 내려올 것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런 인식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실행 여부에 관계없이 금리 인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점은 투자자들이 금리를 보는 관점을 달라지게 만들고 있다.

금리를 낮춘 후 1년 정도가 지나면 시장 참여자들이 저금리에 적응해 버리는 점도 하반기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일본이 1995년 정책 금리를 연 0.5%까지 낮췄을 때,그리고 2001년 연 0.1%까지 낮췄을 때 주가는 공통적인 흐름을 보였다. 금리가 인하된 후 1년 동안 주가는 상승하다 1년이 지나면 다시 하락했다. 절대 저금리가 된다 해도 주가가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초기 1년 정도이고,이후 시장 참여자들이 저금리에 적응해 금리가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의 정책 금리가 현재 수준이 된 것은 올해 초다. 이미 5개월여의 시간이 지났다. 내년이면 투자자들이 저금리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이제 저금리 고유동성의 역할이 약해질 때가 됐다.

3분기 약세,4분기 회복될 듯


상반기 국내 주가는 나쁘지 않았다. 성장률이 높았고 선진국 경제의 방향성이 확실히 위로 잡히고 저금리와 고유동성이 계속돼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 전체 그림은 코스피 1500~1850을 기본 축으로 하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3분기 약세,4분기 회복이 예상된다.

성장률을 보면 국내 경제는 2010년 1분기에 거의 정점에 도달한 것 같다. 과거 경제가 둔화될 때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없었다. 횡보 조정이 나타난 경우도 경기가 팽창하던 도중 3~4개월 속도 조절을 할 때 외에는 없었다. 향후 경기 조정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주가의 모습이 결정될 텐데 단순히 속도를 조절하는 차원의 조정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크게 둔화되지 않는다고 해도 방향성이 계속 밑으로 내려가면 시장은 부담을 안게 된다. 1분기에 경기가 정점 수준까지 치솟아 올라감에 따라 하반기 시장이 경기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저금리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분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고 자산 가격이 올랐을 때에도 금리 인상을 못했다는 점,인플레 위험에서 비껴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중소형주 강세 예상


상반기는 업종 대표주가 주역이었다. 특히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주식이 강세를 보였다. 작년에 이어 상반기까지 실적이 양호한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완성차 업체들이 창사 이래 처음 큰 실적 모멘텀을 받고 있다는 점도 상승에 일조했다. 현재 완성차 업체는 삼성전자의 1994년과 같은 단계에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둠으로써 가전에서 생긴 이익을 반도체에 쏟아 붓는 형태에서 처음 벗어났다. 그 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작년을 기점으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수익성에 변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효과가 올해 상반기까지 발휘됐다. IT와 자동차의 강세는 3분기 시장이 조정에 들어가면서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를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던 비업종 대표주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비업종 대표주의 강세가 점쳐지는 것은 그동안 오르지 못했다는 보상 심리와 낮은 밸류에이션(Valuation) 때문이다. 이들 주식이 크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과 수급 측면에서 대규모 수요를 형성해 줄 주체가 없다는 점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비업종 대표주의 상승은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녹색 테마주에서 보듯 정부 정책이 중소형주 상승에 힘을 실어주는 좋은 재료인데 하반기에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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