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재무설계 실전사례] 마이너스 통장은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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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몰래 주식투자 손실…본전 생각 말고 주식 반으로 줄여라
배우자 복직하면
월소득 60% 저축을…
아파트 두 채 꿈 접고
중형으로 주거용 한 채만
배우자 복직하면
월소득 60% 저축을…
아파트 두 채 꿈 접고
중형으로 주거용 한 채만
Q.유치원에 다니는 딸 하나를 둔 30대 중반의 공기업 과장 김석규다. 맞벌이였으나 지금 아내는 휴직 중이다. 아내 몰래 1년째 주식 투자를 해 왔다. 지금까지 투자 손실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해서 손실분을 채웠다. 본전 생각에 계속 투자하고 있지만,점점 마이너스 대출 금액만 커져 간다.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A.김씨 부부는 결혼 이후 쭉 맞벌이를 해오면서 검소한 소비습관과 높은 저축률을 유지해 왔다. 그 덕에 전세금 5000만원으로 출발했던 김씨 부부의 순자산은 결혼 5년째 되던 해 약 2억7000만원으로 불었다. 부부합산 소득이 높은 맞벌이의 경우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쓰는 편이라 자산 증가속도가 느린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김씨 부부는 꽤 높은 소득 수준임에도 매우 검소한 생활을 지속해 왔다.
김씨의 월 소득은 세후 500만원으로 꽤 높은 수준이다. 현재 휴직 중인 배우자는 직장을 쉬기 직전까지 월 30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었다. 언제든 다시 나가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이다.
그들은 결혼 이후 부부 합산 소득의 60% 이상을 무조건 저축했다. 게다가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연금보험 등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성 금융상품에도 꾸준히 불입해 왔다. 이 수준의 저축률을 계속 유지한다면 김씨 부부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서도 넉넉한 50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아내 몰래 주식투자에 나서다
남부러울 것 없는 김씨에게 고민이 생긴 것은 그가 아내 몰래 주식투자에 나서면서부터.주식투자를 시작한 계기는 다름 아닌 내 집 마련이었다. 그동안 만들어 놓은 자산을 활용해 1년 반 전쯤 서울에 작은 아파트를 장만하며 회사에서 저리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았다. 바로 이 금액만큼 여윳돈이 생긴 것이다. 저리자금이라 무조건 받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동시에 배우자는 휴직에 들어갔다.
김씨는 대출금으로 주식투자에 나서게 된다. 주로 규모가 작고 단가가 낮은 회사를 골라 투자했다. 업무를 통해 잘 알고 있고,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회사였다. 하지만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김씨는 노심초사하기 시작했다.
결국 처음 투자한 종목을 손절매하고 손실 만회를 위해 투자대상도 넓혔다. 자연스럽게 거래 건수도 많아졌다. 배우자에게 들킬까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손실분을 메우기까지 했다.
대출이자 부담이 생기면서 김씨는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주가 등락에 신경쓰게 되자 업무 집중도도 크게 떨어졌다. 행여나 아내에게 들킬까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주식투자가 거듭될수록 돈의 가치에 무감각해졌다. 마치 게임하듯 주식 매매를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이래선 안되겠다 여기면서도,본전 생각에 여전히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과연 김 씨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생애재무설계 없는 투자는 위험
김씨는 고소득자에 속한다. 하지만 인생 전반에 대한 재무설계가 없었다. 김씨 부부의 경우 위험이 동반되는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부부가 원하는 미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김씨에게 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질문을 반복해 던지고 고민하게 했다. 그 결과 김씨에게 돈은 딸을 잘 교육시키고 부부가 넉넉한 인생을 사는, 즉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수단이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릴 수 있었다.
딸아이 교육자금과 부부가 원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하고, 그에 따르는 자금을 산출해 봤다. 그 결과 고소득자인 김씨 부부는 현재 저축률대로만 꾸준히 저축하더라도 40대 후반이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김씨가 좀 더 빨리 돈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주식 투자에 나섰다지만 결국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김씨 부부의 재무상태는 1년 정도 후퇴해 버렸다.
구체적인 '투자설계' 없이 투자에 나선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투자설계는 기본적으로 기대수익률과 위험 감내 수준,투자기간 등을 설정한 후 그에 맞는 투자대상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설계 이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를 '재무목표'라고 표현한다. 재무목표,즉 '어디에 쓸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기대수익률,위험 감내 수준,투자기간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기대수익률을 실현했을 때 비로소 내 자산이 된다.
김씨의 경우 공돈 같은 돈은 생겼는데 은행 이자로는 성에 안 차고,이 기회에 주식으로 불려서 '대박나면 아파트 한 채 더 사겠다'는 다소 비현실적이고 막연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앞서 언급된 '설계 과정' 없이 무턱대고 투자에 나선 것.시작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실패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라면 투자에 나서기 전 생애재무설계를 받아보고 재무목표를 진지하게 고민한 후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김씨를 어렵게 설득해 배우자와 함께 가정의 재무설계를 해봤다. 각각 원하는 미래를 그려보고 그 미래를 달성하기 위한 저축 및 투자계획과 자산 배분을 해봤다.
배우자가 곧 복직할 예정이어서 맞벌이할 경우의 소득에서 저축률 60%를 가정했다. 김씨 부부가 원하는 미래는 특별히 무리하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률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둘째 자녀를 갖게 될 경우 교육비와 일시적인 소득 감소를 감안,평균 기대수익률을 약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부 자산은 위험 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식자산은 3000만원으로 줄여 장기 투자하고,마이너스 대출은 전액 갚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투자용으로 아파트 2채를 매입하려던 계획은 포기시킨 후 실거주용 105㎡(30평형대) 아파트 1채만 보유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도움말=양재중 포도재무설계 마케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