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에 여러 나라를 유세하고 있던 소진(蘇秦)은 주변국을 종적(縱的)으로 연합시켜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대결할 공수동맹인 합종(合從)을 맺도록 하였다.
이에 반해 장의(張儀)는 합종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되니 진을 섬겨야 한다고 설득하여 진이 주변국과 개별로 횡적 동맹인 연횡(連衡)을 맺도록 했다.

굳이 과거의 역사를 살피지 않더라도 현대를 사는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강자와 손을 잡아야 할 때도 있고, 어제까지 싸웠던 적과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역학관계는 시대가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에는 더 복잡한 역학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CEO 회원 상대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가장 힘이 되어준 습관’을 사자성어로 물어본 결과 응답자중 가장 많이 답을 한 말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었다. 가까운 사이의 하나가 망하면 다른 한편도 온전하기 어렵다는 말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식품회사로 성공한 K 회장의 회고록에는 ‘절대 적을 만들지 마라’는 좌우명과도 같은 글이 있다. 한 때 수 억 원 매출을 올리며 잘 나가다가 IMF를 겪으면서 최악의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정상으로 복귀하기까지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그는 오늘날 재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설사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하더라도 적으로는 만들지 말아야 함을 그는 절실히 경험했던 것이다.
살다보면 언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른다. 성공하기 위해서, 아니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습은 기업의 세계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예전의 경쟁상대와 서로 연합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 지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손을 잡는 것이 서로 윈윈(WIN-WIN)전략으로 통한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 적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은 한때 나와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자 중에서 나오게 되어있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자는 친구도 적도 아니지만, 나와 관계있던 자가 등을 돌려 적대적으로 대립할 때는 나의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는 강력한 라이벌이 된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수많은 친구보다는 한사람의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친구는 내가 꿈꾸는 것을 도와주지만, 적은 내가 지금까지 이룩한 성공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이 가진 능력 중 가장 큰 능력은 내 사람으로 만드는 인화(人和)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협조를 구하는 데 매우 탁월하며, 적극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노력한다. 좋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때로는 찾아가 협조를 구한다.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굳지 아군과 적군을 따지지 않는다. 그도 나에게서 얻을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높은 지위와 많은 부를 가진 사람일수록 상대해야 하는 적은 점점 늘어난다. 적을 줄이는 제일 좋은 방법은 적을 친구로 만들면 된다. 적대적인 감정을 갖지 않고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하고만 어울리지 말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꾸준히 교류하라.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은 한명이라도 적을수록 좋다.

사람과 인연을 맺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인연을 맺었으면 관계유지를 잘 해야 한다. 좋은 인연이 오래 지속되면 좋지만, 설사 결별을 하더라도 언제라도 다시 손을 잡을 수 있게 연결 고리 하나정도는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친구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적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임을 잊지 말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협력의 손을 잡아야 할지 모르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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