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에 터치스크린을 공급하는 대만 윈텍의 중국 공장 노동자들이 작업 과정 중 유독물질에 노출됐다며 회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전략정보 분석 전문업체인 Stratfor Global Intelligence에 따르면 이 회사 중국 공장 44명의 노동자들은 아이폰 터치스크린을 닦는데 사용하는 ‘노말 헥산’이라는 독성 화학 물질에 노출돼 신경에 손상을 입고, 심한 경우 사지 마비 증상까지 일으킨다며 사측을 제소할 예정이다.

앞서 올 초 이 공장 소속 노동자들은 노말 헥산 중독으로 인해 4명이 돌연사했다며 대규모 파업 시위를 벌인 적이 있지만 중국 정부는 사망자는 없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Stratfor는 지난 해 8월 이후 적어도 62명의 노동자들이 노말 헥산에 의한 중독으로 병원신세를 졌다고 전했다.

BBC중문판도 이 공장 노동자들이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돼 어지럼증과 마비 증세를 호소하고 있으며 사측에서는 47명에 대해 유독물질 중독을 인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부 외신은 또 윈텍 중국 공장 책임자가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작업 환경임에도 노말 헥산이 알코올보다 건조가 빠르고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무색무취의 유기용제로 주로 공업용 세척제와 타이어 접착제 등의 소재로 쓰이는 노말 헥산은 환풍기 등의 안전시설 및 보호구 없이 신체에 직접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통해 독성이 침투, 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5년 LCD, DVD 부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근무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말 헥산이 원인이 돼 집단으로 ‘다발성 신경장애’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홍콩시민단체인 SACOM은 노말 헥산에 중독된 노동자가 수백명은 넘을 것이라며 애플이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주요 기사로 보도한 BBC 측도 이메일로 애플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직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