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Zoom Up] 이수앱지스‥바이오시밀러 첫 상업생산…희귀병치료제 승부 걸었다
서울 신촌에 있는 연세의료원 의과대학 신관6층의 이수앱지스 연구동.이곳 한편에 항체 배양시설을 갖춘 406㎡ 규모의 공장은 미세 먼지와 세균 제로(0)지대.청결 및 청정지표가 반도체 클린룸의 10배 수준인 '클래스 100존(class 100zone)'으로 특별관리되고 있다. 공장 내 원통모양의 배양기구 4대에서는 하루 24시간씩,연중 무휴로 항혈전 바이오치료제인 '클로티냅'을 생산한다. 여기에서 생산한 연간 5만바이알(vial · 주사용 유리용기)의 클로티냅은 한국을 비롯해 인도 남미 등 해외 33개국으로 판매된다. 비록 클로티냅은 판매지역이 신약 제조사인 미국 릴리사가 특허를 신청하지 않은 곳으로 제한되고 있지만,국내 바이오 기술력으로 개발한 국내 1호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다. 매년 수십억원씩의 영업적자에도 불구,이 회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2007년부터 국내 바이오 회사 중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상업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앱지스는 최근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구체화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바이오산업 육성 프로그램 '스마트프로젝트'의 삼성컨소시엄 파트너 자격으로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1순위 수혜기업으로 꼽힌다는 이유에서다.

최창훈 대표(50)는 17일 "이수앱지스는 바이오치료제 중 유일하게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항체치료제 연구개발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며,실제 항체의약품을 개발해 상품화한 유일한 국내 바이오회사로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앱지스는 현재 5개 바이오치료제를 연구개발 중이다. 이 중 3개는 희귀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고셰병,파브리병 치료제다. 2개는 전임상 초기단계이지만,고셰병은 현재 임상 3상에 돌입,2012년께 식약청 허가를 거쳐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한다.

최 대표는 "고셰병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국가가 희귀의약품의 경우 정책적으로 2상을 면제하고 있는 데다 제품 특성상 경쟁자가 적어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수앱지스의 종국적 목표는 자체 바이오신약 개발이다. 최 대표는 "클로티냅과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2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신약개발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사다리'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개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중증패혈증치료제 'isu201'은 6~7월께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임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대(공업화학과)에서 학사와 석 · 박사 학위를 딴 후 한화와 이수그룹 등을 거친 최 대표는 의사 출신 바이오회사 CEO(최고경영자)들과 다르게 현실론자로 꼽힌다. 그는 "이수앱지스는 연구개발력은 뛰어나지만,임상 경험과 자본력 등에선 아직 갓난아기"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isu201'의 미국 임상 신청을 주저없이 '높은 값에 팔기 위한 베팅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 몇억달러가 투입돼야 할 3상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현재 회사 역량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가급적이면 임상 2상까지 진행한 후 3상 전에 다국적 제약사들에 후한 값을 받고 팔아 회사의 재정적 기반을 다져나가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앱지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클로티냅 판매와 일부 컨설팅 수입 등으로 34억원을 기록했다. 인건비를 포함해 연구개발비 등으로 71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 대표는 "내년은 흑자전환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33개국에 6700만달러어치를 선수출한 클로티냅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당국의 품목허가 후 매출로 잡히는 데다,고셰병 치료제 시판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설립된 이수앱지스는 지난해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으며,현재 이수화학이 지분 42.3%를 보유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