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지노 역사상 최대 액수의 잭팟을 터뜨린 안승필씨(60 · 왼쪽)가 당첨금 7억6680만원 전액을 KAIST에 기부했다.

서울에서 소규모 면직물 공장을 운영하는 안씨는 15일 오후 11시10분 슬롯머신 앞에 앉은 지 10분도 되지 않아 한국 카지노 역사상 최대 액수의 잭팟을 터뜨린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안씨는 당첨금을 받지 않고 강원랜드 측에 보관해 달라고 요청한 뒤 귀가했다.

17일 오전 9시께 강원랜드를 다시 찾은 안씨는 이승진 카지노호텔 본부장을 만나 "한국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당첨금 전액을 KAIST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안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운 것 없이 자랐기 때문에 평소 배움에 대한 동경이 컸다"며 "얼마 전 TV를 통해 KAIST 교수의 인터뷰를 봤는데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 없이는 조만간 중국에 뒤처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안씨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이 어려워져 40억원의 빚을 졌지만 좌절하지 않고 일해 지금은 빚이 수억원 정도로 줄었다"면서 "잭팟 당첨금으로 나머지 빚을 청산하려 했지만 노력 없이 손에 쥔 돈은 개인적 용도가 아닌 국가를 위해 기부하는 게 의미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강원랜드 측은 KAIST 관계자를 초청해 안씨와 함께 강원랜드 카지노 객장에서 당첨금 기부식을 가질 예정이다. 또 안씨에게 1년간 강원랜드 호텔 무료 숙식권,콘도 50% 할인,골프장 그린피 무료,스키 시즌권 무료 제공 등의 혜택을 주고 1년 뒤부터 10년간 강원랜드 시설 이용할 때 50%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