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면서도 채권시장에선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국채가 외국인에게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 주말까지 3조1533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서 3조1025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유럽발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이날 역시 7639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채권은 1800억원가량 사들였다.

특히 장기 국채 매입이 늘고 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사들인 채권 중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8.3%(1조5246억원)로 지난달 38% 선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서향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안채는 재정거래 등 단기 목적의 투자가 많지만 국채는 외국인이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금융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외국인은 5년 이상 장기 국채를 1650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5년 이하 단기물은 900억원가량 차익실현했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문제가 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보다 재정 건전성이 뛰어난 데다 거시지표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에게는 장기적으로 안전한 투자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4.1%로 미국(11.1%),영국(13.5%)보다 훨씬 낮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도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4번째로 작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선진국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어 채권도 국가별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대한 구분이 이뤄지고 있다"며 "당분간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출구전략' 시행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 경기가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으로 유로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한국 국채가 유로화를 대체할 자산으로 부각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채권시장엔 호재"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