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높은 박건강씨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회사에서 늘 좋지 않은 공기 때문에 콜록거리기 일쑤였다. 한 시간에 한 번꼴로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어야 정상혈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박씨는 일이 몰린 어느날 꼼짝없이 회사 안에 갇혀 있었다. 숨이 가빠서 얼굴이 벌개졌지만 퇴근하기 전까지 보고서를 올려야 했기 때문에 꾹 참다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 회사에는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장비가 없었다. 동료들이 급히 119에 전화해 응급구조대를 불렀지만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응급의료교육 실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사진)이 대표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초 · 중 · 고등학교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직장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응급의료기금의 용도에 자동제세동기 등 응급장비 확충을 추가했고,정부와 지자체가 응급장비 구비 시설에 재정지원을 하도록 했다.

이는 현재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선한 의도로 응급의료 처치를 실시했을 때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선 민 ·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점을 보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박씨와 같은 상황을 겪었을 때 회사나 학교에서 평소 교육을 받은 동료들이 응급치료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은 "일반인도 학교나 회사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심폐소생술 등 신속하게 처치를 할 수 있도록 평소에 응급처치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교육도 하고 자동제세동기 같은 응급장비도 보급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신속한 초기대응으로 응급의료사고 발생률을 줄이자는 취지다.

과태료 항목도 신설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장비를 구비하지 않은 사람이나 교육의무기관은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 과태료는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시 · 도지사가 징수하게 된다. 복지위 관계자는 "이 개정안에 대해 여야 모두 큰 이견 없이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