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만에 영국의 최연소 재무장관으로 발탁된 조지 오스본 장관(38)이 수렁에 빠진 자국 경제를 살리겠다며 칼을 뽑았다. 법인세를 간소화하고 재무부를 대신해 경기를 예측할 새 기관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영국 경제를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경쟁력을 갖도록 업그레이드하겠다고도 장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오스본 재무장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임 재무장관이 경제정책 개혁을 시작했으며 자신의 청사진을 펼쳐놨다"고 보도했다. 그는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수백년간 과거 재무장관들이 누려왔던 막강한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로 취임 각오를 밝혔다.

일단 법인세제가 단순화되고 세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오스본 장관은 "기업 활동을 고취시키기 위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G20 국가들 중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1630억파운드(237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정의 통합 관리를 도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책임청'(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설립 계획도 드러냈다. 경제성장치를 예측하고 예산 규모와 공공부문의 지출 삭감,세금 정책 등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경제학자인 앨런 버드 경이 수장을 맡으며 3개의 위원회로 구성한다는 골격도 나왔다. 오스본 장관은 "앞선 정권에서는 재무부 관료들이 재정 업무를 하면서 예산을 만지작거리고 문질렀다"며 노동당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영국은 유럽연합(EU)의 헤지펀드 논란에 있어 프랑스,독일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또 "나는 런던의 '치어리더'가 되고 싶진 않다"며 은행에 대한 과세 강화와 보너스 규제를 비롯한 금융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을 시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그의 관계는 노동당의 '블레어-브라운'에 비유된다. 고든 브라운은 토니 블레어 총리 밑에서 재무장관을 거쳐 총리를 이어받았고,오스본은 2001년 의원이 된 후 34세에 그림자 내각의 재무장관에 기용되며 초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영국 경제기자들 사이에선 "오스본에게 경제 질문을 하면 정치적 답변이 돌아온다"는 불평이 돌 만큼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FT 역시 "정치적 능력을 영국 경제에 적용시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재정적자도 그가 풀어야 할 과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