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 딜레마에 빠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위해 주당 1만8000원에 경영권을 인수키로 했으나 대우건설 주가가 9500원대로 하락,시가의 2배 가격에 회사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17일 "내달 중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PEF)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일단 전략적 투자자(SI) 없이 산은 단독으로 인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인수가격이 워낙 비싸 산은PEF에 돈을 댈 투자자(LP)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가격은 금호그룹 워크아웃 계획과 맞물려 있어 가격을 깎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무조건 1만8000원에 인수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산은의 인수 대상에는 2006년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 지분(39.6%)이 포함돼 있다. 산은이 자칫 인수가격을 깎겠다고 나설 경우 FI들의 반발로 금호그룹 워크아웃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산은은 일단 대우건설 인수 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을 통해 해외사업에서 산은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PEF 조성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