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어제 경기도 화성캠퍼스(반도체 사업장)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신라인 기공식에 참석,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11조원, LCD 5조원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투자 8조원을 포함한 총 26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정됐던 반도체 5조5000억원, LCD 3조원 투자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것인데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투자를 했던 2008년의 14조원에 비하면 두 배에 가까운 사상 최대라는 점에서 과감하고도 파격적인 결단이라고 할 만하다.

이 회장은 이날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제여건 변화도 심하겠지만 이런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先占)해야 그룹에도 성장기회가 오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24일 경영복귀 이후 이 회장의 행보는 한마디로 특유의 위기론을 토대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스피드 경영의 압축판이라고 할 만하다. 5월10일 사장단회의를 통해 삼성의 5대 신사업을 결정, 2020년까지 23조원이 넘는 투자에 나서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LCD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증설에 나선 이유는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차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이 회장이 "반도체 산업은 자본이 집적된 타이밍 산업"이라고 말해왔던 데서도 알 수 있지만 지금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자들을 확실히 따돌리면 반도체를 더 이상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로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의 결정적 모멘텀이 무엇보다 절실했던 상황이고 보면 삼성의 이번 투자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런 기업가정신이 다른 분야로도 확산돼야 한다. 기존 주력산업을 더욱 고도화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신산업 선점에 나서는 것이 우리가 주도권(主導權)을 확실히 쥘 수 있는 길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