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황소 경매 최고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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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한국의 대표 화가 이중섭 화백(1916~1956년)의 1950년대 유화 작품 ‘황소’가 추정가 35억~45억원에 경매에 나와 박수근의 ‘빨래터’가 세운 국내 경매 최고가(45억2000만원) 경신에 도전한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대표 이학준)은 내달 실시되는 117회 메이저 경매에 이중섭의 1953년 작품으로 추정되는 세로 35.3㎝,가로 51.3cm 크기의 유화 ‘황소’가 추정가 35억~45억원에 출품된다고 17일 발표했다.
그동안 이중섭의 군동화(群童畵),은지화(銀紙畵) 등은 경매됐으나 ‘소’유화 작품이 경매 시장에 나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소’그림은 모두 12~13점으로 극히 적은 데다 삼성미술관 리움을 비롯해 호암 갤러리,홍익대 박물관 등 일부 유명 미술관에 소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두운 배경 위에 황소가 힘차게 땅을 내딛는 모습을 강렬한 필선으로 묘사했다.작가 특유의 발색과 더불어 속도감이 느껴진다.교과서에 실린 작품 ‘흰 소’(30×41.7cm·홍익대 박물관 소장)보다 크기가 큰 고 액자 뒤에는 작품 제목과 작가,소장가,전시 기간이 적혀 있는 작품 정리카드가 붙어 있다.제작 시기는 미술평론가 고 이구열씨가 《이중섭 작품 해설집》에 ‘통영 시절에 가장 먼저 그린 소 그림’이라고 적고 있어 작가가 통영에 머물렀던 1953년 경으로 추정된다.
소장자는 한 때 미군 부대에 생필품을 납품하다 뒤늦게 사업에 뛰어든 박태헌씨(87).박씨는 이 작품을 작고 작가 박고석 화백의 부탁으로 1972년 갤러리 현대의 ‘이중섭 유작전’에 출품한 이후 약 40년간 간직해오다 경매에 출품했다는 것이 서울옥션 측의 설명이다.
서울옥션 측은 또 “이중섭과 같은 고향(평안남도 평양)출신인 박씨가 지난 1955년 미도파 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개인전에서 ‘가족’시리즈 3점을 당시 쌀 10가마 정도의 가격에 구입했지만 이중섭이 ‘황소’와 교환하자는 뜻을 전해와 이를 맞바꾼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옥션은 내달 경매 출품을 위해 자체 감정위원회와 소장자 인터뷰,전시회 도록 확인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검증을 이미 마친 상태다.
이학준 대표는 “2007년 추정가 30억~40억원에 출품됐던 박수근의 ‘빨래터’가 국내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이중섭 작품이 경매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중섭의 그림 중 경매 최고가는 2008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5억원에 팔린 10호 크기의 유화 ‘새와 아이들’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