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세계경제 양극화' 쇼크] 유럽 냉기-아시아 훈풍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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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시장 '비바람'
아시아 경제는 펄펄 끓고 있는데 유럽 경제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발(發)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경제는 세계경기 회복의 견인차로 성장을 주도하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금융위기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재정위기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문제는 촘촘히 얽힌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유럽에서 형성된 냉기류가 아시아로 고스란히 전달돼 곳곳에서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고,재정도 양호하고,물가도 안정되고,경제성장률도 높은 편이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출구' 여는데 유럽은 돈 풀어
출구전략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면서 출구전략 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가 터진 유로존 국가들은 출구전략 모색은 고사하고 오히려 돈을 더 풀고 금리를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위기 초기에는 정책 공조에 적극 협조했던 세계 주요국들이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호주가 금리 인상을 골자로 한 출구전략을 가장 먼저 시행했다.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이 늘어나고 가격도 뛰면서 호주 집값이 들썩거렸다. 이에 호주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연 3.0%에서 연 4.5%로 올려놨다.
베트남은 지난해11월 정책금리를 연 7.0%에서 연 8.0%로 높였다. 인도는 정책금리를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올렸지만 10%에 육박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진정될지 미지수다. 중국은 경기과열을 식히기 위해 금리인상 단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르면 6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 역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박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도 광의의 출구전략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2일 재할인율 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 중순부터 기간예치금제도(term-deposit facility)를 시행,시중은행에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반면 유럽은 '출구' 쪽으로 잠시 바라봤다가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인상을 검토했으나 그리스 등의 재정문제가 터지자 오히려 양적완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75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결정한 이후 ECB는 유로존 16개 국가(유로화를 쓰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국채)을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亞 올해 6.9% 성장…유럽은 1.3% 예상
성장률ㆍ고용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4.2%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은 6.9%에 달하고 미국은 3.1%로 중간에 근접하고 있지만,유럽은 1.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기의 한 복판에 놓여 있던 지난해에도 비슷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5.2%)을 제외한 한국(0.2%) 중국(8.7%) 호주(1.4%) 인도(5.7%) 인도네시아(4.6%) 등이 플러스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역시 -2.4%로 역성장하긴 했지만 영국(-4.9%) 독일(-4.9%) 스페인(-3.6%) 프랑스(-2.6%) 등에 비해서는 그래도 양호했다. 올해 1분기에는 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한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은 1~2%대(전분기 대비)를 보였지만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대부분 0%대에 머물고 있다.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유럽국들은 경기회복이 더딘 탓에 고용지표가 최악이다. 1분기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 실업률은 9.8%이며 스페인(19.0%) 포르투갈(10.4%) 등 남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더 높다. 이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4~5%대의 안정적인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유럽은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더딘 회복세를 보였던 것이 오히려 재정 부담을 키우면서 경제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의 저성장은 당분간 세계경제에 상당한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는 인플레·유럽은 디플레 '걱정'
물가
경기 회복 속도가 워낙 다르다보니 걱정거리도 차이가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요도 빠르게 늘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고성장 국가들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물가상승세가 가파르다. 베트남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1월 7.6%,2월 8.5%,3월 9.5%로 치솟았다. 올해 물가 억제 목표치 7%를 뛰어넘었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까지 1~2%대에 머물렀으나 올 들어 3~4%대로 높아졌다.
중국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거품 현상이 나타나면서 향후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1분기 물가 상승률이 2.7%대로 인플레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반면 유럽국들은 디플레 공포에 휩싸여 있다.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이 재정 긴축에 나서면서 수요가 줄어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다. 실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남유럽 국가들은 1분기 물가 상승률이 0%대를 보이거나 스페인(-0.7%) 등 일부는 오히려 전년 동기에 비해 떨어졌다.
영국(0.7%) 독일(0.3%) 프랑스(0.5%) 등 서유럽 국가들도 전반적으로 물가가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 하락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유로화 연일 추락…위안화는 '날개'
기축통화 '자리바꿈'
유로화는 가치가 연일 폭락하면서 주요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위안화는 중국의 위상 강화와 함께 새로운 기축통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4일 연속 하락,유로당 1.2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박형주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로화의 가치가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유로화는 적어도 달러화와 1 대 1로 교환되는 수준만큼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도 "유로화가 15~20년 뒤에는 사멸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도"각국 간 경제력 차이로 유로존이 쪼개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비해 위안화는 유로화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07년부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등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중국은 지난해 브라질과 달러 대신 쌍방의 통화로 결제키로 합의했고 벨라루스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지역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위안화 누적 무역결제액은 지난 2월 말 116억위안에서 3월 말 219억위안으로 한 달 만에 100억위안이 넘게 증가하는 등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종태/김태완 기자 jtchung@hankyung.com
문제는 촘촘히 얽힌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유럽에서 형성된 냉기류가 아시아로 고스란히 전달돼 곳곳에서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고,재정도 양호하고,물가도 안정되고,경제성장률도 높은 편이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출구' 여는데 유럽은 돈 풀어
출구전략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면서 출구전략 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가 터진 유로존 국가들은 출구전략 모색은 고사하고 오히려 돈을 더 풀고 금리를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위기 초기에는 정책 공조에 적극 협조했던 세계 주요국들이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호주가 금리 인상을 골자로 한 출구전략을 가장 먼저 시행했다.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이 늘어나고 가격도 뛰면서 호주 집값이 들썩거렸다. 이에 호주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연 3.0%에서 연 4.5%로 올려놨다.
베트남은 지난해11월 정책금리를 연 7.0%에서 연 8.0%로 높였다. 인도는 정책금리를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올렸지만 10%에 육박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진정될지 미지수다. 중국은 경기과열을 식히기 위해 금리인상 단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르면 6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 역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박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도 광의의 출구전략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2일 재할인율 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 중순부터 기간예치금제도(term-deposit facility)를 시행,시중은행에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반면 유럽은 '출구' 쪽으로 잠시 바라봤다가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인상을 검토했으나 그리스 등의 재정문제가 터지자 오히려 양적완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75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결정한 이후 ECB는 유로존 16개 국가(유로화를 쓰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국채)을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亞 올해 6.9% 성장…유럽은 1.3% 예상
성장률ㆍ고용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4.2%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은 6.9%에 달하고 미국은 3.1%로 중간에 근접하고 있지만,유럽은 1.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기의 한 복판에 놓여 있던 지난해에도 비슷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5.2%)을 제외한 한국(0.2%) 중국(8.7%) 호주(1.4%) 인도(5.7%) 인도네시아(4.6%) 등이 플러스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역시 -2.4%로 역성장하긴 했지만 영국(-4.9%) 독일(-4.9%) 스페인(-3.6%) 프랑스(-2.6%) 등에 비해서는 그래도 양호했다. 올해 1분기에는 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한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은 1~2%대(전분기 대비)를 보였지만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대부분 0%대에 머물고 있다.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유럽국들은 경기회복이 더딘 탓에 고용지표가 최악이다. 1분기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 실업률은 9.8%이며 스페인(19.0%) 포르투갈(10.4%) 등 남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더 높다. 이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4~5%대의 안정적인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유럽은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더딘 회복세를 보였던 것이 오히려 재정 부담을 키우면서 경제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의 저성장은 당분간 세계경제에 상당한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는 인플레·유럽은 디플레 '걱정'
물가
경기 회복 속도가 워낙 다르다보니 걱정거리도 차이가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요도 빠르게 늘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고성장 국가들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물가상승세가 가파르다. 베트남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1월 7.6%,2월 8.5%,3월 9.5%로 치솟았다. 올해 물가 억제 목표치 7%를 뛰어넘었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까지 1~2%대에 머물렀으나 올 들어 3~4%대로 높아졌다.
중국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거품 현상이 나타나면서 향후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1분기 물가 상승률이 2.7%대로 인플레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반면 유럽국들은 디플레 공포에 휩싸여 있다.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이 재정 긴축에 나서면서 수요가 줄어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다. 실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남유럽 국가들은 1분기 물가 상승률이 0%대를 보이거나 스페인(-0.7%) 등 일부는 오히려 전년 동기에 비해 떨어졌다.
영국(0.7%) 독일(0.3%) 프랑스(0.5%) 등 서유럽 국가들도 전반적으로 물가가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 하락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유로화 연일 추락…위안화는 '날개'
기축통화 '자리바꿈'
유로화는 가치가 연일 폭락하면서 주요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위안화는 중국의 위상 강화와 함께 새로운 기축통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4일 연속 하락,유로당 1.2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박형주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로화의 가치가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유로화는 적어도 달러화와 1 대 1로 교환되는 수준만큼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도 "유로화가 15~20년 뒤에는 사멸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도"각국 간 경제력 차이로 유로존이 쪼개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비해 위안화는 유로화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07년부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등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중국은 지난해 브라질과 달러 대신 쌍방의 통화로 결제키로 합의했고 벨라루스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지역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위안화 누적 무역결제액은 지난 2월 말 116억위안에서 3월 말 219억위안으로 한 달 만에 100억위안이 넘게 증가하는 등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종태/김태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