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습니다. 삼성이 메모리업계를 천하통일하겠다고 나선 것 같습니다. "

올해 반도체 부문에 1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투자에 나서겠다는 삼성전자 발표를 접한 전자업계의 반응이다. 모처럼 찾아온 반도체 호황국면을 즐길 틈도 없이 또 다시 삼성이 주도하는 증설 경쟁에 끌려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팽배해 있다.

◆메모리 점유율 40% 넘긴다

삼성은 신규 라인 건설,30나노 미세 공정 투자 등으로 생산능력과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신규 16라인은 300㎜ 웨이퍼 월 2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을 20%가량 확대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기존 15라인에도 신규 설비를 추가로 투자하는 만큼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삼성 우위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5라인의 증설을 통해 올해 말까지 30나노급 D램 생산비중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40나노급 이하 제품 비중도 연말엔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엘피다,마이크론 등 이제 40나노급 공정 전환을 준비하는 업체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에서 30% 이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D램 시장에서 지난 분기보다 0.6%포인트 오른 32.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증설 효과가 가시화되는 내년 이후 메모리 점유율이 40%대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TV,모바일용 칩 등 시스템LSI 분야에도 2조원대를 투자하는 등 올해 반도체 분야에 총 11조원(100억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 분야 경쟁사인 도시바(24억달러),하이닉스(20억달러),마이크론(6억달러),엘피다(5억달러)의 투자 금액을 압도한다.

◆LG에 디스플레이 1등 못내준다

삼성은 올 1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의 영업이익 규모,영업이익률 등에서 LG디스플레이보다 못한 성적을 거뒀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가 잇따라 8세대 라인 신규 투자를 결정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생산 능력에서 추월당할 상황이었다.

판세를 뒤집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월 7만장 규모의 8세대 LCD 신규라인(8-2)을 짓기로 했다. 8세대 기준 삼성전자의 현재 생산능력은 월 26만장.이번 투자로 생산능력을 월 33만장까지 확대하게 되면 내년 상반기 29만장의 능력을 갖추는 LG디스플레이를 앞설 수 있게 된다.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해온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도 굳히기에 나섰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2012년까지 총 2조5000억원을 들여 5.5세대(1300?C1500㎜) 기판 기준 월 7만장 규모의 세계 최대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삼성보다 크기가 작은 3인치 유리기판을 월 1만2000장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려는 LG디스플레이를 넘어설 수 있는 규모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