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올해 총 2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금액은 전자업계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제조업체들을 통틀어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큰 투자규모다.

삼성전자는 17일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16라인 기공식을 갖고 올해 △시설 16조원 △연구 · 개발(R&D) 8조원 등 총 26조원의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특히 반도체 부문에 대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16라인 건설과 기존 설비 확장 등에 당초 계획(5조5000억원)의 두 배 수준인 11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날 최지성 사장,권오현 사장,이재용 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을 대동하고 기공식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세계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여건이 불확실할 때 투자를 더 늘려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성장의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규 라인 건설은 2005년 15라인 이후 5년 만으로 16라인에는 완공까지 단계적으로 총 12조원이 투입된다. 시스템LSI 부문에도 2조원을 투자해 40나노급 이하 공정을 적용하는 모바일사업과 TV용 반도체칩,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등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LCD 부문 투자도 당초 3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탕정사업장에 월 7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8세대 신규라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함께 2012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규모의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 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이 투자가 끝나면 매달 7만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3000명,LCD 부문 4000명 등을 포함해 모두 1만여명을 신규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업계는 삼성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를 이 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로 보고 있다. 1993년 세계표준이었던 6인치(150㎜) 대신 8인치(200㎜) 웨이퍼 양산이라는 '월반(越班) 결단'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당시 삼성은 위험을 감수한 이 회장의 결단으로 생산량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데 성공,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에 올랐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