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마트 서울 용산점의 문구매장. 한 고객이 진열대에 놓인 몇몇 브랜드의 복사지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페이퍼 원’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상자를 카트에 담는다.

A4 용지 2500장이 들어 있는 ‘페이퍼원’ 한 상자가격은1만5800원. 같은 진열대에 놓인 한솔 복사지(2만3000원)는 물론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L) 상품인 ‘플러스 메이트’(2만1000원)보다도 5200원이나 싸다. 품질은 비슷한데 값이 30%가량 저렴하다 보니 올해 이마트에서 복사지를 구입한 사람 10명 중 6명이 이 제품을 골랐다.

이 같은 초저가의 비밀은 바로 ‘해외소싱’에있다. 2007년부터 인도네시아 제지회사인 에이프릴의 제품을 이마트가 협상을 통해 저가에 들여온것. 최성호 이마트 해외소싱 담당 부사장은 “인도네시아의 ‘저렴한 생산비’와 이마트의 ‘바잉파워’가 합작해 만들어낸 작품”이라며 “지난 2월 주요 펄프 생산국인 칠레에서 발생한지진으로 종이값이 뛰고 있지만 이마트는 인도네시아와 장기계약을 맺은 덕분에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이 ‘해외 상품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가르는 양대척도인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을 구현 할 수 있는 열쇠가 ‘해외 직(直)소싱’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2007년 170억원에 불과했던 이마트의 해외 직소싱 매출 규모는 올해 4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불과 4년 만에 23배나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이마트가 해외에서 직소싱하는 품목은 생태(일본) 킹크랩(러시아) 등 수산물에서 자전거(중국) 의류(베트남)에 이르기까지 4000여종을 헤아린다.

눈에 띄는 특징은 중국 소싱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85%에 달했던 중국비중은 올들어 48% 수준으로 축소된 반면 같은 기간 동남 아시아는 10%에서 19%로 올라섰다.

롯데마트도 중국에서 수입하던 속옷을 작년 말부터 캄보디아산으로 교체,올하반기부터 30% 내리기로 했다. 롯데 관계자는“캄보디아는 중국보다 인건비가 30% 정도 싼 데다 13%에 달하는 관세도 내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올해 해외 직소싱 매출 목표를 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000억원가량 늘려잡았다. 홈플러스의 최대 강점은 세계 14개국에 진출해 있는 영국 테스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테스코콜롬비아 원두 분쇄커피’가 대표적인 예다. 테스코는 전세계 점포에서 판매될 원두커피양을 예측한 뒤 한꺼번에 발주하기 때문에 일반 유통업체에 비해 40%정도싸게 원두커피를 납품받고 있다.

최희준 홈플러스 해외상품팀장은 “공산품과 가공식품의 경우 테스코 그룹을통해 대량 주문하는 방식으로 매입단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며“유명 스포츠용품 및 청바지 브랜드를 ‘병행 수입’형태로 들여오는 등 해외직소싱 상품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