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금융투자업계를 먹여살리고 있다. 삼성그룹주가 증시에서 각광받자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거래대금이 늘면 증권사의 주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증가한다. 여기에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증권사들은 최근 수 백억원의 주관사 수수료까지 챙겼다.

◆삼성그룹주 하루 거래대금 1조원대 지속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기 제일모직 삼성카드 등 유가증권시장과 크레듀 등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7개 삼성그룹 관련 보통주와 우선주의 총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8510억원에 불과했던 삼성그룹주의 총 거래대금은 지난 5일 1조487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삼성생명이 상장한 12일에는 2조221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후 13일 1조2010억원, 14일 1조5610억원을 기록했고 전일에는 1조7279억원(시간외 거래 미반영)으로 집계돼 1조원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

삼성의 '선전' 덕분에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도 큰 폭의 증가세다. 지난 3월 한때 하루 3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4월에는 5조원 내외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이달에는 6조원을 꾸준히 넘기는 모습이다. 지난 7일과 12일에는 각각 7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증시 상황에 따라 거래량의 등락이 있으나 삼성그룹주의 거래비중이 확대되자 전반적인 거래도 늘어났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 이외에 뚜렷한 대안 없어

삼성그룹주에 거래가 몰리는 것은 증시에서 삼성 이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IT(정보기술)와 자동차가 증시를 주도하자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KB금융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설 자리가 별로 없었다.

더구나 최근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더욱 삼성에 대한 '러브콜'이 강화되고 있다. 기존 삼성전자 삼성전기 이외에 삼성SDI 삼성테크윈 등 덩치가 비교적 작은 종목들도 거래가 많이 되고 있다. 상장 닷새째를 맞는 삼성생명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자 활발하게 매매되고 있다.

실제 최근 일주일 동안 거래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이 1조8224억원으로 1위에 올라 있고, 삼성전자(1조5221억원) 삼성SDI(1조699억원) 삼성전기(7364억원) 등이 10위 안에 랭크됐다. 삼성테크윈(6006억원) 삼성물산(4077억원)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그나마 삼성이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밝혀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종목 이름에 삼성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소외주로 분류되는 웃지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 삼성에 절이라도 해야할 판"

거래대금의 증가로 '콧노래'를 부르는 곳은 증권사다. 매매가 활발해질수록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늘어나서다. 특히 삼성 그룹주 매매가 전체 거래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은 삼성그룹에 절이라도 해야 할 판국이다.

주식 매매에 따른 수수료를 업계 최저인 0.015%로 계산하면 삼성그룹주 매매로 전일 하루에만 최소 520억원의 수수료가 걷혔다.

여기에 이달에는 삼성생명의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의 IPO(기업공개) 수수료까지 더해진다. 삼성생명은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 11개 주관 증권사에 총 586억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또한 20조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의 이자와 청약자금 마련을 위한 관련 대출 등을 포함하면 수 십억원의 이익이 증권사에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럽존의 재정위기 탓에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삼성의 지분을 저가에 매수할 기회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면 삼성에 매매가 더욱 편중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