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8)은 가장 좋아하는 샷 거리를 120~130야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은 실증됐다. 미국PGA투어에서는 부문별 통계를 낸다. 양용은은 목표까지 125~150야드를 남기고 치는 쇼트어프로치샷이 출중했다. 피칭웨지부터 8번 아이언까지 쓰는 이 거리에서 양용은은 그린 적중률이 81.3%로 부문 랭킹 2위다. 이 거리에서 샷을 하면 볼은 홀에서 평균 7m 떨어진 곳에 멈췄다. 이 거리에서는 거의 버디 기회를 만든다는 얘기다.

그가 쇼트아이언샷을 잘 구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헤드 무게를 느끼며 스윙하는 것과 낙낙한 클럽을 잡는 것이다.

양용은은 "그 거리에서 강하게 치려 하지 말고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스윙을 해야 원하는 샷이 나온다"고 말한다. 양용은은 그 거리 샷을 할 때 클럽을 거꾸로 쥐고 한두 차례 스윙해본 뒤 제대로 잡고 샷을 한다. 거꾸로 쥔다는 것은 그립쪽이 아니라,헤드쪽 샤프트 부분을 잡고 스윙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샷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하면 된다. 그렇게 헤드쪽을 잡고 스윙하면 헤드 무게를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런 다음 제대로 잡고 스윙하면 조금 전의 스윙과 대비돼 헤드 무게를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헤드 무게를 느끼며 샷을 할 수 있으면 굳이 '강하고 세게' 치려 하지 않아도 되고,웬만큼 원하는 방향이 나온다.

낙낙한 클럽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150야드에 8번 아이언'이라면 웬만한 아마추어 고수들과 같은 클럽 선택이다. 그러나 양용은은 개의치 않는다. 어떤 클럽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볼을 얼마나 정확히 보내느냐가 더 관건이기 때문이다. 낙낙한 클럽을 잡으면 대부분 볼은 핀 높이로 날아가 홀 주변에 멈춘다. 아마추어들의 경우 '가장 잘 맞은 샷의 거리'를 기준으로 클럽을 선택하므로 제대로 맞아야 원하는 거리가 나온다. 조금이라도 빗맞으면 홀에 못미치거나 그린 앞 해저드에 빠져버린다. 아이언,특히 쇼트아이언은 '거리'용이 아니라,'정확성'을 위한 클럽이라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양용은은 원하는 구질에 따라 볼 위치를 조금 조정한다. 탄도를 높이려 할 때는 볼을 왼발 뒤꿈치선 상에 놓고 친다. 앞바람이 불어 낮은 탄도의 샷을 구사할 때는 스탠스 중앙에서 조금 오른쪽에 볼을 위치시킨다.

양용은에게 독특한 것은 한 클럽당 거리 차이가 15야드라는 점이다. 8번 아이언이 150야드 나가면,9번 아이언은 135야드,피칭웨지는 120야드 나간다. '한 클럽 거리 차이는 10야드'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