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등산을 갈 때 산속 길을 살펴보기보다는 어떤 나무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더 궁금해 한다. 그렇다고 내가 나무 이름들을 잘 알고,직접 나무를 키워 보겠다고 마음 먹을 만큼 열심인 것은 아니다. 그저 나무를 보면 왠지 우리네 인간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자꾸 눈길이 간다.

어느 산 속엔 쑥쑥 잘 자라서 잘 생긴 아름드리 나무가 있기도 하고,바위 틈에 뿌리를 박고 있어 작고 구부정하게 자라는 나무들도 있다. 또 큰 나무 옆에서 구박받고 사는 것처럼 기 못 펴고 사는 나무들도 있다. 물론 굵고 쭉쭉 뻗어 근사하게 보이는 나무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잘 생기고,학벌 좋고,능력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부러워한다. 부러움의 대상은 때로는 우리들의 삶의 목표가 되어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화려한 이야기가 언제나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자신들의 약점과 시련을 이겨내고 의미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감동을 느낀다. 초라하고 없는 살림 속에 형제들을 위해 한 평생 희생하면서도 오히려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그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든지,나이가 들도록 동료들에 비해 직급은 낮지만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실은 경쟁이 심해 자연히 앞선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세상사란 학벌이 좋아서,능력이 있어서만 꼭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성격만 좋다고,윗사람을 잘 모신다고 잘 되는 일도 아닐 것이다. 무언가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마련이고,얄팍하고 가벼운 우리들의 이기심은 이해관계에 따라 모였다가 헤어지곤 한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대접받기도 하고,때로는 무시당하기도 한다. 모두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어찌 이런 세태를 논할 수 있겠는가.

나무가 크면 사람들은 문짝도 만들고,가구도 만들고 대들보로 쓰려고 베어낸다. 쓸모 있고 유용한 나무는 사람들의 쓰임에 따라 잘려질 수밖에 없다. 나무가 자라면서 크기에 따라 사람들은 그 용도에 맞게 나무를 자른다. 일찍 쓸모 있을수록 큰 나무로 자라기 어렵고,오히려 못생기고 눈에 띄지 않는 나무는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다. 장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이 빠르다고 좋아할 일도,또 남들보다 늦게 간다고 속상해 할 일이 아니다. 그저 치열하게 살다보면 언젠가 큰 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사람들이 혼자 비바람 이겨낸 큰 나무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날도 있을 것이다. 누가 알아주건 말건 우리는 그렇게 세월을 이겨내며 묵묵히 걸어가면 될 것이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mooncs@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