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비즈니스' 시대] 물ㆍ바람ㆍ태양에너지…녹색 미래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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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녹색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삼성, 현대 · 기아차, LG,SK 등 4대 그룹은 물론 중견 기업들까지 그린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그린 사업과 기존 사업을 접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2차전지 등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그린시장을 선점하고 10년 뒤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든든한 캐시카우(cash cow)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 대기업 3곳 중 2곳, 신ㆍ재생에너지 투자
그린 바람이 불면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 · 재생에너지 개발에 기업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3곳 중 2곳은 신 · 재생에너지 분야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3월 국내 R&D 투자 상위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 기업(복수 응답)의 67%가 R&D 중점 투자 분야로 신 · 재생에너지를 꼽았다. 이어 △스마트그리드 등 전력(33%) △반도체 소자 등 신소재 및 나노융합(30%) △2차전지 등 에너지효율 향상(30%) △전기차 등 그린수송시스템(27%) 등의 순이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 기업들에 그린 사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석유를 정제해 휘발유를 팔던 정유사들이 2차전지 개발에 나서고,배를 만들어 팔던 조선사들이 풍력 발전 사업에 뛰어드는 등 기업들의 변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신 · 재생에너지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중복 진출,과잉투자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하기식 투자'보다는 해당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4대 그룹 '그린이 미래 먹거리'
4대 그룹의 신 · 재생에너지분야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이건희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갖고 2020년까지 태양전지,자동차용 2차전지,발광다이오드(LED) 등 5대 미래 사업에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자동차용 2차전지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는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대규모 수주를 성사시키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은 지난 2008년 독일 보쉬와 합작으로 설립한 SB리모티브가 담당하고 있다. SB리모티브는 작년 8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BMW의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어 작년 말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델파이사와도 공급계약을 성사시켰다.
현대 · 기아자동차 그룹은 친환경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13년까지 친환경차 개발 부문에만 총 4조1000억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최근 미래 그린사업을 구체화한 '그린 2020'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2020년까지 R&D에 10조원,설비에 10조원을 각각 투자해 그룹 매출의 10%를 그린 분야에서 달성하는 '10-10-10' 전략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125조원을 달성한 LG그룹 매출이 2020년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가정하면 그린 사업만으로 현재 30위권 그룹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다.
SK그룹은 2015년까지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공해 석탄 에너지△태양전지△수소연료전지△그린카 등 7대 중점 추진과제를 확정했다. 올해에만 7대 과제 기술개발 분야에 총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원천기술 확보가 선결과제
전문가들은 각 기업들의 그린 사업 진출 못지않게 태양광 2차전지 풍력 등 신 · 재생에너지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작년 8월 국내 태양광 · 풍력 · 연료전지 설비업체 3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기술을 쓴다'고 대답한 기업이 74.3%에 달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0.9%에 불과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태양광설비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61~88%,풍력설비는 68~79%,연료전지설비는 62~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2차전지 분야에서도 원천기술은 일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경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2차전지 완제품 제조기술(일본 100기준)은 100으로 일본과 차이가 없지만 부품 · 소재기술은 50,원천기술은 30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신 · 재생에너지 설비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린 사업 자체가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